청와대가 입시 부정, 가족펀드, 서류 조작 등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 나서자 야당이 출퇴근 시간 장외투쟁, 해임 건의안 발의 등 ‘전면전’을 선포했다.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법무 행정을 대표하는 자리에 앉는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야당 내 공동전선을 구축, ‘조국 퇴진 운동’에 나서는 한편 조 신임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국정 조사, 특별검사 추진 등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낸다는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전국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폭거를 알리는 출퇴근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이 회사를 오가는 길에 직접 찾아가 조 신임 장관 임명 등 현 정부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황 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함께 조 신임 장관 임명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사과의 의미에서 현충원을 참배하는 한편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조국 사퇴, 문재인 사죄’ 1인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면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기로 했다”며 “(조국 법무부 장관) 해임 건의안, 국정조사, 특검에 대해서는 범야권이 힘을 합쳐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회동에서 ‘조 장관을 해임시키자’는 데 뜻을 모은 만큼 무소속·민주평화당 등과도 범야권 공동전선을 구성해 이른바 ‘조국 퇴진 운동’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 절반 이상이 조 신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는 뜻을 담아 국회 중심의 투쟁도 가열 차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해임 건의안을 통해 (조 장관이) 그 자리에 맞지 않다는 점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3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한국당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국정조사·특검 추진은 물론 천막투쟁, 의원직 총사퇴 등까지 다양한 방안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신임 장관 임명을 두고 민심이 이탈하고 있다고 보고 쓸 수 있는 카드를 모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 방안 가운데 앞으로 있을 상황을 보고 어떤 투쟁으로 나아갈지 지도부가 하나씩 결정해 시행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게 한국당 고위 관계자의 귀띔이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는 조 장관 임명을 철회하고 현 정부의 폭거를 알리자는 데 뜻이 모인 가운데 투쟁 방안을 두고 강경·신중론이 모두 제기됐다”며 “다양한 투쟁 방안 중 지도부 결정에 따라 상황에 맞는 ‘맞춤형’ 투쟁으로 나아가자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응 방안에 따라서는 다시 의원들의 중지를 모으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상황에 따라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바른미래당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조국 퇴진 운동에 동참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 임명 강행을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현 정부의 오만과 독선으로 규정하고 해임건의안 국회 의결과 동시에 국정조사·특검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성명서에서 “범죄 피의자를 장관에 앉히지 않으면 검찰개혁이 되지 않는다는 궤변은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대한 모독”이라며 “쏟아낸 말과 글이 걸어온 삶과 정반대인 위선자를 앞세워야만 개혁을 할 수 있는 정권이라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역사는 오늘을 문재인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촛불’이 꺼지고 문재인 정권을 향한 새로운 분노의 촛불이 타오른 날로 기록할 것”이라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분노의 촛불이 문재인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아울러 조 신임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모든 정당·정치인과 연대해 해임 건의안 국회 의결은 물론 국정조사·특검 도입 등을 추진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야당 반발 움직임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논리로 반박에 나섰다. 법에 정한 절차대로 조 장관을 임명한 만큼 야당이 밝힌 해임건의안 제출이나 국정조사·특검 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전략회의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조 장관 임명은 국회 청문회와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등 절차를 충실히 거쳤다”며 “검찰이 누구보다 강력하게 수사하고 있는 만큼 국회가 국정조사나 특검을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 임명된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내겠다는 주장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며 “야당은 국회를 무한 정쟁에 빠뜨릴 경우 민생 입법과 예산을 볼모로 정략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국무위원 활동에 대한 견제장치인 해임건의안의 칼날을 (조국 신임) 장관에게 들이댈 만한 어떠한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권한인 국무위원 임명을 거듭 부정하는 일은 국민의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현덕·임지훈·구경우기자 alwa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