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 ‘푹(POOQ)’이 뭉친 한국형 OTT ‘웨이브’가 18일 공식 출범하며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초고속·초저지연의 5세대(5G) 기술에 5년간 최소 3,000억원 이상의 자본력을 더한 한류 콘텐츠를 앞세워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서비스 개시를 이틀 앞둔 16일 서울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양승동 KBS 사장, 최승호 MBC 사장, 박정훈 SBS 사장 등 주주사 대표이사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 관계부처 수장이 모인 가운데 ‘웨이브 출범식’을 열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글로벌 사업으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춰갈 것”이라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웨이브는 우선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기존 국내 OTT들이 주로 콘텐츠 유통에 중점을 두거나 자체 제작에 나서더라도 소규모 투자에 그친 것과 확연히 다르다. 2023년까지 모두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국내 OTT 최초로 대작 드라마에 투자하는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수 확보할 계획이다. 넷플릭스나 디즈니가 자체 콘텐츠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경쟁에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출범 초기에는 주로 지상파 방송 3사 대작 드라마에 자금을 쏟아 주문형비디오(VOD)로 독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후 드라마를 비롯한 여러 장르로 투자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웨이브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지속 추진하면서 제작사, 콘텐츠공급사 등과 활발하게 제휴·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G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점도 웨이브의 강점으로 꼽힌다. 동시에 여러 장면을 끊김 없이 볼 수 있는 ‘멀티뷰’와 유선방송 못지않은 초저지연 무선 생중계로 스포츠와 공연 콘텐츠를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영상과 화질을 끌어올리고 시청자 맞춤형 추천 서비스 등도 제공된다.
이를 통해 웨이브는 2023년까지 유료가입자 500만명, 연간 매출액 5,000억원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푹’ 유료 가입자는 올해 초 72만명을 기록한 뒤 정체 중이지만 ‘옥수수’와 시너지를 지렛대 삼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웨이브는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지역에서 한국 예능과 드라마 등 ‘K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점을 활용해 아시아 시장을 전초기지 삼아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OTT 대열에 합류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다음 달 해외여행객을 대상으로 현지 서비스를 개시한 뒤 내년 상반기 교민 대상 서비스로 확장하고 이르면 1년 반 내에 동남아 직접 진출을 시도한다. 이후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국내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 등 미디어 본류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국내외 OTT간 규제 역차별 우려도 제기됐다. 최승호 MBC 사장은 “지상파에 대한 높은 규제로 글로벌 OTT와 경쟁할 때 자본 동원 등에 한계가 있다”며 “계로 나가기 위한 한국 OTT를 만들기 위해 (정부)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통합 OTT의 출범이 산업계의 혁신 시도로만 그치지 않도록 기업의 방송·미디어 분야 혁신서비스 개발과 경쟁력 제고를 적극 뒷받침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웨이브는 화질에 따라 월 정액 요금을 7,900~1만3,900원으로 책정했으며 최저 베이직 요금제를 최초 3개월간 월 4,000원에 이용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월 9,500~1만4,500원을 받는 넷플릭스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00여편의 영화와 ‘매니페스트’, ‘사이렌’ 등 미국드라마(미드) 3편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며 콘텐츠도 다양화했으며 옥수수에서 제공하던 프로야구 멀티뷰와 가상현실(VR) 콘텐츠, e스포츠 채널까지 볼 수 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