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여파로 각종 가을 축제와 전시회 등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특히 ASF 확진 판정이 난 경기·인천권은 행사가 ‘올스톱’ 되면서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행사의 계절’로 불리는 10월의 경우 각종 축제와 문화·스포츠 행사들이 집중돼 있어 주최 측은 입장권 환불, 후속일정 잡기 등에 부심한 모습이다.
29일 전국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ASF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축제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한국도자재단은 지난 27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여주·이천·광주에서 열려고 했던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를 전격 취소했다. 도자재단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된 입장권 12만장에 대해 전액 환불해 주기로 했다”며 “2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인데 ASF 때문에 취소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이 행사는 축제 예산만 29억원에 이르고 평균 2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손꼽히는 ‘효자 축제’여서 취소에 따른 지역 경제 타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경기 광주시도 27∼29일 예정됐던 ‘광주남한산성문화제’와 다음달 5일 개막 예정인 ‘행복밥상 문화축제’를 취소했다. 고양시 역시 27∼29일 ‘경기도인간문화제대축제’를 비롯해 28일 예정됐던 ‘덕양구 푸른고양나눔장터’, 다음달 3∼6일 ‘고양호수예술축제’를 모두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인천에서 열릴 예정이던 각종 축제도 잇따라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동두천시는 내달 3일 ‘천사마라톤대회’, 19일 ‘소요산 단풍문화제’, 26∼27일 ‘동두천 록페스티벌’을 모두 취소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이달 27∼29일 개최 예정이던 ‘청라 와인페스티벌’을 비롯해 내달 열기로 한 ‘청라 자전거 페스티벌’과 ‘인천 송도불빛축제’를 모두 잠정 연기했다.
통상적인 시민행사도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인천시는 올해 제55회째를 맞는 ‘시민의 날’(10월 15일) 행사 개최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ASF 확산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달함에 따라 더 고민한 후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SF 발병 지역과 멀리 떨어진 영·호남권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26일 엑스코에서 개막 예정이던 ‘한국국제축산박람회’를 ASF 때문에 무기한 연기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및 양돈·한우 등 6개 축산 관련 생산자단체가 공동 주최해 2년마다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다. 참가규모가 214개 업체 838개 부스로, 엑스코 1층 전체 전시공간과 야외광장은 물론 주변 도로까지 통제하고 개최하는 박람회로, 외부 단체가 엑스코에서 주최하는 전시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대구시 관계자는 “중국 등 ASF 발병국, 전국 양돈농가·양돈전문업체 등의 참가를 제한하고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농림부가 축산 관련 업종·종사자가 참여하는 행사 자제를 권고함에 따라 박람회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혔다.
경북 문경시도 28∼29일 개최하려던 ‘문경약돌한우축제’를 개막 4일을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연중 축제와 각종 행사의 50% 이상이 가을여행철인 9∼10월에 집중돼 있다”며 “ASF 추이를 지켜보며 연기·취소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도 다음달 3∼6일까지 열 계획이었던 ‘봉계 한우불고기축제’를 취소했다. 축제 준비가 90%가량 진행된 상황으로 상인들은 이미 한우 25마리를 도축했다. 계약된 부분까지 포함하면 5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울주군 관계자는 “축제 개최시 ASF가 전파될 우려가 크다”며 “축제 준비 관계자와 축제를 기다려온 시민·관광객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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