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시장 확대로 이륜자동차 교통사고가 급증하면서 이륜차보험 손해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생계형 운전자 비중이 높은 배달 종사자들의 보험 가입 기피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손해보험 업계는 요율 인상 카드조차 꺼내 들 수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고를 많이 낸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할증하는 요율체계 도입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배달 종사자들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보험료 부담으로 최소한의 안전망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보험료 인하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9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이륜차보험 손해율은 지난 2016년 88.4%에서 지난해에는 91.5%로 2년 만에 3%포인트 이상 늘었다. 최근 들어 배달 대행 시장이 급성장한 만큼 올해 말까지 손해율은 10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퀵서비스, 배달대행 운전자들이 가입하는 유상운송배달용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해 손해율은 150.2%로 가정용(82.6%)의 두 배에 육박한다.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 범위가 77~78%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상운송용 이륜차보험은 보험료 수입만큼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손해율을 일부 반영해 올해 이륜차 보험료를 종합보험 기준 연간 500만원에서 800만~1,000만원 수준으로 인상했고 책임보험도 3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인상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보험료 인상 부담을 무사고 운전자들까지 함께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륜차보험 요율은 일반 자동차보험과 달리 할증등급(1~10등급)이 없고 기본등급(11등급)과 할인등급(12~22등급)만 있다. 사고를 많이 내도 보험료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배달 종사자의 안전망 강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보험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인 만큼 할증요율 도입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조만간 나올 종합대책에 할증구간 도입이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금융위 관계자도 “손해율 자체가 높다 보니 인위적으로 보험료를 낮추기도 쉽지 않고 사고율도 높아지고 있어 이번 대책에는 부실한 관리제도를 보완하고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종합보험은커녕 책임보험 가입률도 저조한 상황에서 당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배달 노동자 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국정감사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과도한 보험료 부담으로 최소한의 안전망인 차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며 보험료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들로서는 손해율이 100%까지 치솟았다면 현 수준에서 20% 수준의 요율 인상이 이뤄져야 수지타산이 맞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을 의식해 인상 논의조차 꺼내 들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륜차는 2012년부터 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보험료에 대한 부담으로 지난해 책임보험 가입률은 43.3%로 일반 자동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다수 유상 운전자들마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비유상이나 개인용 보험에 가입하는 꼼수 가입이 빈번하지만 적발도 쉽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와 당국 간에는 할증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손해율을 낮추고 안전 운행을 유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할증은커녕 보험료 인하를 주장하는 배달 종사자들의 요구에 인상 논의조차 쉽지 않다”며 “이륜자동차 보험 인하 이슈로 불똥이 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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