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조선 3사 중 수주 실적이 가장 나빴던 삼성중공업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0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추가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액의 69%를 채웠고, 8월 기준 세계에서 가장 일감이 많은 조선소에 올랐다.
삼성중공업이 이날 말레이시아국제해운(MISC)로부터 수주한 LNG 운반선 2척의 계약금은 4,853억원이다. 최근 매출액의 9.2%에 해당한다. 이들 선박은 미국 정유회사 엑슨모빌이 생산하는 LNG 운반에 쓰일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중공업은 올해 총 54억달러를 수주해 목표(78억달러)의 69%를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목표액 50%를 넘겼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3억달러 수주에 그쳐, 목표(82억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낸 바 있다. 선종별 수주 실적은 LNG운반선 13척, 컨테이너선 6척, 원유운반선 14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 2척, 특수선 1척,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 등 37척이다.
삼성중공업은 이같은 수주 호조를 바탕으로 올 8월 단일조선소 기준 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수주잔량 세계 1위에 올랐다. 영국 해운 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8월 수주잔량은 531만CGT로 대우조선해양(488만CGT)을 앞섰다. 3위는 382만CGT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올 1월까지만 해도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연이어 LNG운반선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추격에 성공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세계 선박 발주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LNG선 건조 경쟁력이 좋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선박과 관련된 데이터를 최신 정보통신기술(ICT)로 관리하는 ‘스마트십’ 시스템과 에너지 절감 기술력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하며 일감 절벽에 시달렸던 해양플랜트 수주가 이뤄진 점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1조1,000억원 규모의 1조1,000억원 규모의 해양 플랜트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 플랜트는 인도 에너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발주한 ‘MJ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으로, 인도 동쪽 심해에 설치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대로 높은 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비중이 10~30%인 것을 감안하면 해양플랜트 수주가 향후 실적 회복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실패의 경험’을 꼽는다. 삼성중공업이 2013년 30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3조4,000억원)에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Egina) 프로젝트는 설계 책임까지 지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열악한 현지상황까지 겹쳐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박사는 “에지나의 실패는 복잡한 심해 플랜트 공정을 학습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삼성중공업이 혹독한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기술 노하우와 인력을 축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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