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간의 합병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다시 한번 격돌했다. 두 기관의 합병을 재차 강조한 이 회장의 소신 발언에 은 위원장이 사견이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은 위원장은 14일 부산에서 열린 조선 기자재 업체 현장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회장의 산은·수은 합병론 재언급에 대해 “이 회장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더 이상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합병 의견 등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금융위 이슈”라며 합병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했다.
이 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은·수은 합병 발언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 “산은과 수은의 합병에 대해 학계 등 민간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업무 중복도 문제지만 지금 세계 각국에서 4차 산업혁명 차원에서 성장성이 있는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와 대출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정책금융기관은 여러 개로 분산돼 소액 지원은 잘 되는데 거액 지원이 잘 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정책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두 기관의 합병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느냐는 질문에 “기자간담회 이후 당국에서 당분간 검토할 부분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부 차원에서 산은과 수은 합병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민간 차원에서라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다시 한번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과 수은의 업무 중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정책금융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시에도 이 회장은 “산은과 수은 합병은 정부와 전혀 협의된 것이 아닌 사견”이라고 밝혀 금융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유-스페이스 BIFC’ 개소식에 참석해 핀테크 규제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랩과 업체를 방문해 현장 밀착형으로 규제를 정비하는 한편 자본력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의 성장을 돕는 ‘스몰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신용정보법 개정 등을 통해 시장 자율적인 핀테크 혁신이 가능한 인프라를 만들고 국내 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금융 분야 신남방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내년 3월까지 혁신금융 서비스 100건 선정, 3,000억원 규모의 핀테크 투자 펀드 조성 등 정부의 핀테크 정책 방향도 소개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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