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년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춘 16일 채권 금리는 반대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금통위가 지난 7월과 이날의 금리 인하에 대한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히자 당분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반영되면서 채권의 몸값이 떨어진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한은이 내년 초 다시 한 번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게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1.281%) 대비 3.9bp(1bp=0.01%) 상승한 연 1.320%에 마감했다. 국고 10년물도 전 거래일(1.499%)보다 3.1bp가 올라 연 1.530%로 장을 마무리했다. 이 외에도 5년물, 20년물, 30년물 등 전 구간에서 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까닭에 정책 금리가 하락해야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투자자들이 이익을 보는 구조다. 즉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될 때 매수자들이 몰리며 채권값이 빠르게 올라간다는 뜻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그 동안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와 국내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에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고 채권 금리도 하락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이날의 경우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다소 위축되면서 채권 금리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할 여력은 가지고 있지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는 대내외적인 상황을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금리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2명이나 나왔다는 것도 시장 심리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을 정리하면 한은은 당분간 기준금리 변동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채권시장의 기대가 약해지면서 금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당분간 채권 시장은 일종의 박스권 장세를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더 격화되지 않는 이상 한은이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리긴 힘들 가능성이 있다”며 “채권 금리가 상승세를 타지는 않겠지만 지난 8월과 같은 급락세는 나타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이 내년 초 한 차례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견해도 많다. 이날 이 총재가 통화 정책 여력이 남아있다고 언급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해석이다. 또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경기 여건 상 한은이 다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도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며 “그 핵심 근거는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여력이 남았다는 이 총재의 발언 내용을 보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국내 반도체 경기와 수출 경기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수요 측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내년 1분기 중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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