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유독 여자 연예인 이름에 따라붙는 부정적 연관검색어를 긍정 단어로 ‘정화’하자는 캠페인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힘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트위터에 ‘여자연예인 연검(연관검색어) 정화봇’이라는 계정이 처음 등장한 뒤로 지난 3주 동안 3명의 여자연예인 연관검색어에 대한 정화 작업이 이뤄졌다. 연관검색어 정화는 이 트위터 계정으로 들어온 누리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정화가 필요한 특정 여자연예인 연관검색어에 대해 매주마다 ‘총공(총공격)’ 좌표를 보내고, 10~20대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에 공감하는 누리꾼들이 포털사이트에 다른 검색어를 입력하거나 검색어 신고를 등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당 계정은 “아이돌, 배우, 가수, 모델 등 수많은 폭력과 위험에 노출돼 있는 여자연예인들을 사소한 것에서부터 보호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계정이) 만들어졌다”고 첫 번째 트윗에서 밝혔다. 트위터 개설 시점도 가수 겸 배우인 연예인 설리(본명 최진리·25)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지난 14일 이후 이틀 만이다.
이들은 포털사이트 검색 알고리즘을 비집고 들어가 특정 검색어를 반영하기 위해 매주마다 투표 방식으로 특정 여자연예인에 화력을 집중한다. 이 같은 여자연예인 연관검색어 정화 작업은 최근 투표에서만 5만여 명이 참여했을 만큼 반향이 크다. 참여자가 많은 만큼 연관검색어 정화 작업은 실제로 포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노출’ 관련 키워드로 가득했던 모 여자연예인의 연관검색어는 정화 작업 3주가 지난 현재 모두 사라졌다.
정화 작업에 참여했던 한 누리꾼은 “OO 연관검색어 볼 때마다 진짜 눈물 나고 화났었는데 같이 정화해줘서 정말 고맙다, 제발 다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누리꾼들 역시 “이런 운동 너무 좋다”, “자주 들어와서 해야지”라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계정은 포털 연관검색어 뿐만 아니라 검색어 자동완성창, 유튜브나 페이스북 검색창 등 여자연예인들에게 폭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모든 사이트에 대해 정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는 여자 운동선수 등도 포함하여 연관검색어로 인해 상처받는 모든 여성에 대해 정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불특정다수 힘을 빌려 포털사이트의 연관검색어 내용을 바꾸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한 여자연예인의 경우 이번 정화 캠페인 외에도 수차례 정화 작업이 진행됐으나 부정적 검색어가 다시 게재되곤 했다. 해당 트위터 계정 운영자도 “한 번 화력이 모인다고 되는 일이 아닌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써야 하는 일이다, 더 많은 분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의 자정 노력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포털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지난 25일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올해 안에 인물의 연관검색어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는 별다른 움직임이 아직 없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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