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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 치워달라" 119 전화...해도 너무한 '시민 甲질'

엉뚱한 민원전화 한해 80여만건

업무외 전화받느라 소방력 낭비

119 대원들이 상황실에서 전화 응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소방청




# 지난달 119에 50~6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전화를 걸었다. 이 남성은 차분하게 “수고 많다. 지금 바쁜 시간이냐”라고 인사말을 건네더니 빨리 자신이 있는 항구의 국제여객터미널로 와 달라고 요청했다.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황당한 전화를 받은 119 대원은 “분실물은 119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이 남성은 “잃어버린 가방 안에 중요한 서류가 있다”며 떼를 쓰듯 요구했다. 결국 몇 분간 실랑이를 벌이고 전화를 끊었다.

# 이달 초에는 30~40대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이 급한 목소리로 119에 전화를 걸어 집에 깨진 유리 조각을 치워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119 대원이 “혹시 다쳤느냐”고 묻자 그 남성은 “다치지는 않았지만 빨리 출동해달라”고 말했다. 119 대원이 “이런 일로는 출동할 수 없다”고 하자 그는 “공무원이 민원을 무시하느냐. 지금 통화내용 다 녹음했는데 소방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협박하듯 말했다.





7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19에 걸려온 전화는 지난 2016년 1,072만7,743건, 2017년 1,155만786건, 지난해 1,138만4,521건이었다. 이 가운데 화재나 구조요청·환자발생·병원안내 등 119 업무가 아닌 전화는 2016년 87만4,958건, 2017년 94만5,415건, 지난해 87만3,048건이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황당한 요구 전화였다. 하루 평균 2,200여건이 걸려오는 셈이다.

이 같은 장난·허위전화로 인해 소방력이 낭비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119 상황실에서 전화 응대 업무를 하는 소방대원은 “몇 년 전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119에 ‘나 도지사인데요’라고 전화를 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었는데 그 정도 전화는 약과”라며 “남자친구와 화해하는 법을 알려달라, 영화배우 안성기씨 전화번호 좀 알려달라는 등의 상식 밖의 전화가 제법 걸려온다”고 전했다. 술에 취해 황당한 출동요구를 반복하거나 폭언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 같은 장난식의 전화로 결국 119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119 전화 본연의 업무는 화재, 인명구조 활동, 구급환자 및 벌집 제거 등 대민 출동, 병원안내 등이다”며 “쓸데없는 상담·민원성 전화 때문에 인력·시간낭비는 물론 119 대원의 사기도 저하된다”고 말했다. 이어 “욕설·폭언을 하는 경우는 고발 조치해 법적 처벌을 받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응급환자 등 도움이 시급한 이웃을 위해서라도 시민의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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