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술관을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진 않지만 작품 속 색감과 저로서는 도달하지 못하는 작가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어서 작품 앞에 서면 두근두근합니다. 작품을 통해 생각의 크기가 커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의 여유가 필요하죠. 매일 일터에 몸이 묶여 있는 저로서는 사람이 많은 주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답니다. 작품을 보며 음미할 겨를도 없이 줄을 서서 작품과 눈도장을 찍듯 관람하는 의식을 서서히 하지 않게 되더군요. 어렵게 맞은 온화한 주말, 옆 사람과 몸을 부딪히며 문화생활을 위한 숙제를 하듯 미술관을 순례하지 않고 작품을 음미하며 작가의 생각을 천천히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더군다나 럭셔리한 분위기와 향기 속에서 말이죠.
바로 입장료가 무료인 ‘미술관 호텔 라운딩’을 하는 것이에요. 그림은 어디에 걸려 있는지에 따라 그 진가가 달라집니다. 그러기에 호텔과 그림의 컬래버레이션은 탁월해 보이는 군요.
◇반얀트리 ‘크리스트자나 윌리엄스전’=남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위스키 브랜드 ‘로얄살루트’와 함께 18일까지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크리스타자나 윌리엄스’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들이 모두 로얄살루트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입니다. 로얄 메나쥬리(왕립 동물원)와 로얄살루트 브랜드 상징인 사자, 로얄 메나쥬리에 실존했던 흑백조, 코끼리, 타조, 런던탑 까마귀 등이 등장하는 그림을 즐길 수 있습니다.
런던에서 활동 중인 아이슬란드 예술가 윌리엄스는 자연에서 영감 받은 다채롭고 매혹적이며 복잡한 일러스트와 독특하고 장난스러운 트위스트로 잘 알려져 있죠. 패션 브랜드 폴 스미스 컬래버하기도 하고 밴드 ‘콜드플레이’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해 눈길을 모았지요.
이번 전시는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럭셔리 위스키 ‘로얄살루트’가 주관하는 전시로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인 ‘크리스트자나 윌리엄스(Kristjana S Williams)’의 작품을 8점 이상 선보인다. 크리스트자나 윌리엄스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현대 미술가로 파격적이고 뛰어난 색 감각으로 인정받고 있다.
◇야구 박물관·역대 대통령 친필 휘호 보고 싶다면=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소장품이 가득한 볼거리 많은 켄싱턴호텔 여의도는 그야말로 갤러리를 방불케합니다. 레스토랑과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등에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소장품들이 가득한데요. 양식당 ‘뉴욕뉴욕’의 ‘대통령의 방’으로 불리는 룸에는 국내 역대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전시돼 있고요, 다른 룸에는 미국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들과 연관된 각종 기록물, 사진으로 꾸며져 있지요. 스포츠 바 ‘양츠 앤 메츠’는 야구 박물관 수준입니다.
◇제주여행과 아트페어 관람을 한번에=메종 글래드 제주는 호텔 객실, 복도, 로비 등에서 현대 미술품 1,000여점을 쏟아낸다고 합니다.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제주 최대 규모의 국제 아트페어 ‘아트제주2019’를 호텔에서 직접 열고 백남준, 이배, 살바도르 달리, 제프 쿤스, 쿠사마 야요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와 관련 ‘Glad to meet 아트제주 2019’ 패키지를 17만원(세금 포함)에 내놓았군요.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작품을 즐기고 제주 여행을 만끽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비스타 워커힐 ‘VISTART episode 2’=비스타 워커힐 호텔은 로비에서 ‘VISTART episode 2’에서 내년 2월 9일까지 ‘Art in Digital World-Random Access Memorey’ 전시회를 진행합니다. 전통적 방식의 기록, 저장 그리고 메시지 전달의 역할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디지털 세대의 삶을 색다른 감각으로 재조명했습니다. 도자기와 페인팅, 드로잉 등을 통해 사랑, 내 미래 운명의 상대를 표현해 냈으며 사랑 음악과 영화로부터 차용된 텍스트들을 이용해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화려한 그래픽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는 키네틱 조각과 설치작업을 선보이며 놀이를 인간 표현 수단으로 삼은 빠키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끄네요.
◇파라다이스 시티, “아트와 놀자”=파라다이스시티는 내년 1월 31일까지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랜덤인터내셔널의 대규모 개인전 ‘랜덤 인터내셔널:피지컬 알고리즘’을 열고 미디어 설치 작품 10점을 뽐내고 있습니다. 랜덤 인터내셔널은 한네스 코흐와 플로리안 오트크라스를 주축으로 2005년 결성된 아티스트 그룹인데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작품과 교감하면서 빛과 그림자로 그려지는 인간상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합니다. 관람객을 따라 비추는 거울 조각들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관찰하면서 동시에 관찰 당하는 경험을 주는 ‘조응:바라보기’의 AUDIENCE, FRAGMENTS, 기하학적 형상과 빛, 특수 페인트 등으로 순간의 동작을 붙잡는 ‘모사:따라하기’의 PRESENCE AND ERASURE, ASPECT, OUR FUTURE SELVES, TEMPORARY GRAFFI 등의 작품을 명상적 분위기 속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한 공간 연출이 돋보입니다.
◇오색영롱한 나전칠기를 만나는 ‘경원대 앰배서더 인천’=일월오봉도, 나전 송학도, 옻주칠 매화화초장, 옻칠 국화무늬 화초장, 보석함, 주칠 경대 등 송림 임충휴 칠기명장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을 찾아 볼까요. 대한민국 칠기명장 제384호의 임 명장의 작품 15작품은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끼게 합니다. 빛이 비춰지는 각도에 따라 색상과 빛깔이 달라 보이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한 작품을 감상해 보는 좋습니다. 전복 껍데기로 섬세하게 표현한 날아오르는 학과 피어나는 꽃의 생동감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지요.
/생활산업부장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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