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무부는 지난 수년간 노력했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시행령이라도 개정해서 민간기업들을 규율하려고 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전자투표 활성화 제고방안, 정관 변경에 대한 경과규정 신설방안 등 운영상의 문제를 보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주된 내용은 지배구조 개선이다. 상장사 임원 후보자에 대한 공시의무 강화, 사외이사 임기제한 등이 그것이다.
우선, 상장사가 임원 선임을 위해 주주총회를 소집할 때 해당 임원 후보자의 체납 사실과 부실기업 경영진 경력 보유 여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전력 등의 정보를 주주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상장사 사외이사가 한 회사에 6년 이상, 계열사에 합산 9년 이상 재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있다. 주주들의 임원 선임권을 정부가 시행령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과잉규제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는 1% 미만 소수 주주에게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총회 소집통지에 갈음할 수 있으며, 그 세부사항은 ‘상법 시행령’과 ‘증권발행 공시규정’에서 중복 규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또 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집통지서에도 임원 후보자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지나치다.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금융위원회로부터는 자본시장법에 의한 제재를 받고, 동시에 법무부로부터는 상법 시행령에 의한 제재를 받아 이중처벌을 받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임원 임기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5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했다. 즉 시행령으로 사외이사 임기를 6년과 9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법률위임의 원칙을 위반함과 동시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큰 것이다.
셋째,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과 달리 민간기업은 모험을 감수하는 경영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아 사외이사가 전문성을 확보해야 함은 물론 회사사정에도 정통해야 한다. 그럼에도 금융회사 임원에 요구되는 임기제한을 일반기업에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그 규제방법이 적절하지 않고 위헌의 여지도 크다.
넷째, 헌법 제126조 위반 가능성이다. 헌법은 ‘국방상 또는 국민 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의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 경제상 긴절한 필요가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법률에 근거 없이 사영기업의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하니 위헌적 법 집행이 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법무부의 시행령이 합헌적 법령이 되려면 우선 주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이나 상법 중 한 개 법률로 일원화하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사외이사의 임기제한과 관련해서는 우선 상법 내에 이에 관한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먼저다. 또 상법 내에 근거 규정을 두더라도 헌법 제15조, 제37조 제2항, 제126조에 위반되지 않도록 입법 기술상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법무부가 과도하게 민간기업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국민들이 신뢰할 만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보완 시에는 민간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자유로워야 시장에서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