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와 금융지주 계열의 벤처캐피털(VC)들이 앞다퉈 덩치 키우기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국내외에서 1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모으는 데 더해 NH와 하나 계열 후발주자들도 경쟁적으로 자금을 수혈하기 시작했다. 1,000억원 이상의 대형 펀드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대형 3개사의 운용자산은 6조원에 육박하면서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한국과 중국에 모두 5개의 블라인드펀드를 설정하고 있다. 국내 연기금과 중국 지방정부에서 자금을 집행하는 이번 펀드들의 총 규모를 합치면 전체 운용자산은 2조6,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훌쩍 늘어난다.
자기자본과 계열 자금 위주의 투자를 이어온 미래에셋벤처투자도 외부 수혈을 통한 대형 펀드 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성장금융·한국IT펀드(KIF)·우정사업본부·시중은행 등에서 자금을 모아 1,000억원 규모의 벤처 블라인드펀드 조성이 마무리 단계다. 이뿐 아니다. 2,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의 결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 지상파 3사 연합 콘텐츠 플랫폼 푹(POOQ)이 SK브로드밴드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를 인수해 출범하는 통합 OTT 플랫폼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프로젝트 펀드다. 2,000억원을 목표로 삼은 또 다른 블라인드펀드는 내년 초 설정할 계획이다. 해당 펀드까지 합친 전체 운용자산은 1조400억원으로 지난해 4,0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KB인베스트먼트 역시 지난 5월 계열사가 주로 출자한 2,200억원 규모의 KB글로벌플랫폼펀드를 설정하며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말 7,440억원이었던 벤처 투자 규모는 이번 펀드에 힘입어 1조원을 넘어섰다. PEF 투자까지 합친 규모는 1조3,123억원이다. KB금융(105560)은 6월 KB인베스트먼트에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투자 발판을 놓았다. KB금융은 K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앞으로 5년간 매년 4,000억원을 벤처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사 계열 후발주자들은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올해 초 설립된 하나벤처스는 1년도 되지 않아 1,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 집행에 나섰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1,500억원 규모 펀드를 추가 설정하기로 했다. 내년 초 사업을 시작하는 NH벤처투자 역시 농협금융의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 역시 벤처캐피털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힘입어 경쟁적으로 자금 집행을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은행과 증권사 등을 계열로 둔 그룹사는 벤처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채권 발행, 기업공개 등 연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망한 초기 기업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김기정기자 about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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