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20일(현지시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카운터파트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지목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카운터파트의 격을 높여 실무협상의 무게감을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 결렬과 관련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이끌고 있는 실무팀이 충분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비건 대표는 북한 실무팀의 체급을 격상시켜 심도있는 논의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지명자는 이날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 제1부상”이라며 최 1부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권한이 주어진 협상가’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에 대해 북한 측이 ‘역겨운 협상’이라고 평가절하한 것을 거론하며 “협상 후 북한에서 꽤 부정적 묘사가 있긴 했지만 우리는 두 정상의 비전을 증진할 실현 가능한 조치들에 대한 매우 매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며 “북한은 자체적 이유로 인해 실패로 규정하길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특히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대화의) 창이 여전히 열려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말을 5차례나 반복하며 “이것이 북한에 대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북한”이라고 덧붙였다.
비건 지명자는 연말 이라는 비핵화 시간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인위적인 설정인 만큼 내년에도 협상을 계속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우리는 연말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북한에 의해 설정된 인위적인 데드라인이며 유감스럽게도 그들 스스로가 만든 데드라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우리의 데드라인이 아니다. 그들의 데드라인이다”며 시한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그 만큼”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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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 “이 외교가 시작되기 이전의 보다 도발적인 단계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며 “그것은 북한에 의한 거대한 실수이자 실기(a huge mistake and a missed opportunity)가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는 경고도 보냈다.
미국의 대화촉구에도 북한은 선(先) 적대정책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 부상은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과 만난 후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 언론의 질문에 “미국과 앞으로 협상하자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구체적으로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그것은 미국 측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강의할 수도 없다”면서도 “미국 측이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모든 조치를 해제하면 될 것이고 그러한 전략적 결정을 우리에게 통보하면 될 것”이라고 거듭 미 측의 상응조치를 요구했다.
한편 외교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국면과 맞물려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이 적대시 정책 철회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주한미군 감축은 대화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좋은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 의회의 2019년도 국방 수권법에 따르면 주한미군 2만2,000명 이하 감축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현재 약 2만 8,500명에서 3,000~4,000명 정도 1개 여단 규모는 감축이 가능하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과 관련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고 밝혀 우려를 키운 바 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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