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일반고 전환은 마녀사냥’ VS ‘교육기회 평등 보장 위한 당연한 선택’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부터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학교에 진학을 계획하고 있던 학부모·학생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것을 넘어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는 ‘고교서열화’까지 부추기고 있기에 그냥 둘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고교 유형을 획일화해 교육을 하향 평준화시키려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서울경제신문 ‘부스의참견팀’은 과연 자사고 폐지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안고 있고 어떤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해보고자 했습니다. 이번 자사고 폐지 정책에 찬성한다는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국장과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를 한자리에 불러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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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본질 잃은 자사고 폐지는 당연하다?
자사고 일반고 전환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모두 현재 자사고·외고 등이 본래 취지와 달리 입시 기관화 됐다는 점에서는 공감했습니다. 자사고·특목고 위주의 고교 서열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도 일치를 보이죠. 다만 그렇다고 해서 ‘자사고를 폐지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습니다. 구 국장은 “(자사고·외고 등이) 학생들의 다양한 특기와 진로에 맞게 교육을 시키는 수월성 교육의 목적을 담아서 시작한 제도이지만 지금 과정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측면이 많고 반대로 입시에 가장 유리한 학교로 인정받는 등 부작용만 커졌다”며 “고교 체제가 서열화돼 있는 부분 때문에 고입경쟁 역시 지나치게 과열돼 초등학생까지 입시 경쟁에 몰리는 상황에서 교육 생태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 대표는 “일반고도 대학 잘 가기 위한 입시 기관과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자사고만 대학 잘 가는 그런 입시기관으로 변질됐다는 말은 좀 편협한, 편향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여전히 자사고만의 특별하고 뛰어난 점이 많기 때문에 지정 목적에 맞게 운영하지 않는다고 곧장 폐지를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자사고가 목적과 달리 운영되고 있더라도 이런 부분을 교육 기관이 지도·감독해서 처리해야지 폐지로 내모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학생들 역시 자신들이 원하는 고등학교가 있을 수 있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이런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존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아쉬워했습니다.
■Q2. 자사고 폐지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신의 한 수다?
자사고 폐지가 영재학교 > 과학고 > 전국단위 자사고 > 국제고 > 외고> 광역단위 자사고 > 특성화고 > 일반고 등으로 서열화되고 구조화된 고교 생태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이견이 갈렸습니다.
이종배 대표는 “지금 자사고 등을 중심으로 고교가 서열화된 현상은 변별력이 없는 ‘학종(학생종합전형)’ 등의 입시제도 영향도 크다”며 “수시 학종 체제에서는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도 그 역할이 고스란히 교육 특구나 명문학군 위주의 학교로 옮겨갈 수밖에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자사고만 폐지하면 고교 서열화가 해소되리라는 발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갑작스러운 자사고 폐지 발표는 교육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지나치게 과격한 정책이기에 오히려 교육의 안전성을 해친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구 국장은 고교서열화가 대입 전형에서 혜택을 받는 것을 넘어 고입경쟁의 과열화를 낳는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로 자리잡았다며 자사고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구 국장은 “대입에 유리한 자사고·외고 등이 우수학생을 과도하게 선점해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버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자사고 등에 가기 위해 과도한 입시 경쟁을 벌이게 되는데 이런 불필요한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측면에서 자사고 일반고 전환은 의미 있는 한걸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자사고에 문제가 많다면 개선하면 되지 왜 폐지를 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이 현행 자사고 재지정 평가 3기에 접어든 때다”며 “5년에 한 번씩 평가를 해서 15년이 흘렀는데 두 번의 개선 기회를 주고도 개선되지 못한 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른바 ‘삼진 아웃’을 당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이는 전혀 과격하지도 예측하지 못한 일도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Q3. ‘맹모삼천지교’ ‘강남8학군’이 부활할 거라고?
자사고 등을 폐지할 경우 과거 ‘강남 8학군’으로 대표되는 명문학군이 부활하고 이들 학군 위주로 고교 서열이 재편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번 자사고 폐지 정책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힙니다. 실제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대광고 교장)은 “공정성을 가장한 낡은 시대로의 회귀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죠. 그는 “자사고를 단순하게 적폐로 단정하고 자사고 일괄폐지를 강행하면 교육 특구 부활과 함께 사교육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는 등 퇴행성 교육 질환을 또다시 앓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의 자사고 일반고 전환 정책이 학군 위주로 고교서열화를 부채질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심한 사교육 팽창·공교육 황폐화를 이끌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대표는 이런 서울 일부 지역의 명문 학군화가 교육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리라 우려합니다. 그는 “자사고는 지역에 거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덕분에 지방 학생들이 지역에 사는 불리함을 자사고를 통해 조금은 보상받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런 장점마저 잃어 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구 국장은 지역 자사고가 지역에 있다고 해서 지역 학생들에게 유리하거나 그들이 보상 받는 측면이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구 국장은 “전국단위 자사고나 과고 등은 이미 모두 수도권 학생들이 싹쓸이하고 있다”며 “오히려 과거 지역에 있던 양질의 명문 일반고들이 특목고·자사고가 확대되는 정책 속에서 고사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일반고가 황폐화된 건 자사고 탓이 아니다”며 “자사고의 경쟁력을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일반고 일괄 전환이 불러올 교육의 하향 평준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Q4. 자사고 폐지는 총선용?
이 대표는 정부가 자사고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 의도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를 추진하는 방법론에 큰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당장 일반고에서 (기존 자사고 등에서 해왔던) 수월성 교육 등 준비가 돼 있냐는 질문을 드리고 싶다”며 “교수 역량이라든지 학교 프로그램이라든지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없애버리라 하는 것은 너무 급진적이며 학부모들의 교육 예측, 교육 안정성을 크게 해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미 도입된 제도를 없애는 방식보다 어떻게든 개선하고 보완할 지를 우선 생각해야 했다”며 “이번 정책은 교육 대계를 위한 것보다는 굉장히 정치적인 목적, 즉 총선용으로 발표된 것 같다는 석연찮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의 의문에 대해 구 국장은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2025년’이란 시기를 강조하며 반박했습니다. 구 국장은 “5년 동안 고교학점제를 시범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의 역량을) 끌어 올리겠다고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계획대로 연말에 시행령을 개정해서 2025년에 일몰 기간을 두고 일반고 전환을 하겠다고 말한 것도 충분히 절차에 따라서 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 싫다면 소송을 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번 정책이 총선용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일반고 전환 정책은 이미 문재인 정부가 출범단계부터 공약했던 부분이고 국민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구 국장은 “한번 세운 방향과 철학을 국민 여론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것이 더 문제가 되지 초반의 일관성을 유지해서 정책을 단행하는 것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 내내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자사고·외고 등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양측의 큰 입장 차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두 사람이 꾸준한 공감대를 형성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바로 교육 정책 만큼은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이었죠.
‘백년지대계’를 둘러싼 두 사람의 참견, 여러분은 어느 쪽에 좀 더 공감이 가시나요?
/제작=이종호기자·정수현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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