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아픈 남편의 곁을 지키며 간호한 아내이더라도 남편의 재산을 더 상속받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망한 문 모씨의 아내와 자녀들이 제기한 상속재산 분할 청구 사건에서 이와 같은 취지로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문 씨의 전처(사망)가 낳은 자녀 9명과 후처 임 모씨 및 그 자녀 사이에 벌어진 재산 상속 분쟁이다. 임 씨 측은 “문씨가 남긴 일부 재산에 대해 30%의 기여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여분이란 여러 명이 유산을 상속받을 경우 특정 인물이 재산을 남긴 이에게 특별한 역할을 한 점이 인정되면 더 많은 재산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전체 재산에서 먼저 기여분을 떼 준 뒤에 나머지를 상속인들이 다시 나누는 식이다.
임 씨는 “문 씨가 2003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월 대학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9차례 입원치료를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곁을 지키며 간호했으므로 기여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 상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나 그 밖의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는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기여분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1·2심은 “임씨가 문씨를 간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다”며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특별히 부양했다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부에게 기본적으로 서로를 부양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상의 정도를 넘는 ‘특별한 부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1·2심과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장기간의 동거·간호만을 이유로 배우자에게만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은 부부간의 상호부양 의무를 정한 민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여분을 인정할지는 전반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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