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재산 여부를 판가름하는 계기는 범죄 수익으로 비트코인이 ‘몰수’ 대상이 되는지를 처음 판단하는 데서 출발했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미국에 서버를 둔 불법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안모씨는 122만여명의 회원을 모집해 19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안씨가 벌어들인 수익 중 당시 5억여원에 달하는 216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몰수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비트코인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2심은 비트코인에 대해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 형태로 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시행령에 따라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무형재산도 몰수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특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와 세무 전문가들은 구체적 근거 등을 담은 세법 개정이 필요한 소득세와 달리 대법원 판례만으로도 포괄적 재산을 다루는 상속세 및 증여세에 있어서는 암호화폐는 이미 과세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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