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 4월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화에 성공하며 선수를 잡았지만 글로벌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내년부터는 330조원대 투자 계획을 앞세운 미국과 내년 가입자 2억명을 목표로 제시한 중국, ‘5G 올림픽’에 사활을 건 일본 등 각국이 약진하며 주도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첫 테이프를 끊은 한국이 리더십을 이어가려면 5G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공장이나 자율주행, 실감미디어 등 산업 혁신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9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내년을 기점으로 비약적으로 커지는 5G 시장에 발맞춰 각국의 공격적인 투자와 정부의 육성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최근 발표한 ‘2019년 3·4분기 글로벌 5G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세계 5G 가입자는 485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연내 1,044만명까지 늘어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용화를 개시한 통신사업자도 3·4분기 말 22개국 40개사에서 올해 25개국 50개 사업자로 급증한다. 올해가 상용화 첫해라면 본격적인 개화 시기는 내년으로 예상된다. 2020년 세계 60개국에서 176개 사업자가 5G 상용화에 나서며 세계 가입자는 7,687만명으로 훌쩍 뛰어오른 뒤 2025년에는 15억8,173만명이 5G를 이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롱텀에볼루션(LTE)이 모바일 시대를 열며 유통과 미디어를 시작으로 산업 전반에 파괴적 혁신을 불러일으켰듯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5G 시대를 맞은 각국은 승기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일본 ‘재팬투데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5G 투자에 세금을 감면하거나 보조금을 제공하는 육성 법률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다른 나라보다 한발 뒤처진 일본은 전세를 뒤집기 위해 글로벌 선두 기업과 자국 기업 간 활발한 교류를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7월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발맞춰 5G 상용화를 하려던 계획도 4개월을 앞당겨 내년 3월 NTT도코모와 KDDI, 소프트뱅크 등 주요 3사가 서비스를 개시한다. 특히 내년 6월부터 제4 이동통신 라쿠텐모바일이 가세하며 일본 내에서도 치열한 서비스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역시 내년 상용화를 계획했지만 이를 앞당겨 지난 11월 전격적으로 5G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달 예약가입자만 1,2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은 내년 가입자 2억명을 목표로 제시했다. 중국내 제조사들이 내년 중 300달러(36만원) 이하 중저가 5G폰을 대거 공급해 대중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1조2,000억위안(한화 203조원)을 네트워크에 투자해 이를 기반으로 미-중 무역분쟁으로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며 4차 산업혁명 경쟁력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지난 4월 5G 상용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5G 이니셔티브 계획’을 내놓고 2,750억달러(약 327조원) 규모 투자와 규제 합리화, 사상 최대 주파수 경매, 펀드 조성 등에 나섰다.
한국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업고 통신장비와 기술, 서비스 수출 결실을 맺는 등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경쟁국들이 빠르게 추격하는 만큼 5G를 활용한 우수 사례 만들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4차 산업혁명 성공 여부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를 것”이라며 “과감한 규제 철폐로 5G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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