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2월26일 개장한 중부시장은 시설현대화 사업을 위해 신중부시장을 발족시켜 현재는 중부·신중부시장으로도 불린다. 2016년부터 3년간 신중부시장을 중심으로 문화관광형시장육성 사업을 완수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변했다. 문화지평은 중부·신중부시장상인연합회 김정안 회장을 비롯해 시장에 활력을 주는 매력 있는 ‘시장인’을 찾아 인터뷰했다. 또 시장 내외부 매력적인 장소나 음식점 등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요소를 발굴했다.
중부시장과 신중부시장 통합 상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완도에서 김 농사를 짓는 집에서 자라 일찌감치 중부시장과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자녀들 교육을 위해 1975년 상경해 운명적으로 중부시장에 발을 들였다. 부도와 사기 등 험난했던 초기 장사 시절을 거쳐 지금은 아들에게 물려주고 회무와 대관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두 딸도 각각 검사와 의사로 성장해 자녀 교육도 목적한 바를 이뤘다.
1998년 상인회장으로 뽑혀 6년간 소임을 다한 후 일반상인으로 돌아갔다가 6년 뒤 재추대 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만큼 시장상인들에게 신망이 두텁다는 증거다. 김 회장 임기 중 문광형시장 육성 사업 실속 있게 이끌었다는 평이다. 김 회장은 “서울 사대문 중앙에 건어물 시장이 있다는 것은 매우 독특하고 주변에 호텔만 13개나 있어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그들만 흡수하면 세계적인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우리 시장의 새로운 희망은 젊은 세대에 있다”며 “가업 승계로 시장에 들어 온 많은 청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모습이 엿 보인다”고 말했다.
50년 넘게 황태, 먹태 등 건태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상회 정문교 대표는 붓글씨로 유명하다. 많은 방송에서 이미 그를 중부시장 명물로 담아갔고 지금도 여전히 붓글씨를 통해 교훈을 주고 있다. 두껍고 누런 포장지에다 속기로 적어가는 그의 필체는 독특하면서도 개성 있다. 가게 안에는 주자십회훈, 삼강오륜 등 교훈이 되는 글이 적혀 있고 밖에는 ‘정직·정확·정성’이란 상훈(商訓)도 써 붙여 놨다.
사실 그가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이유는 상훈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그는 물건을 팔 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해서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아카이빙 인터뷰에서 “저는 시장 명물이 아닙니다. 그저 물건을 구분해서 팝니다. 아무거나 다 좋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드셔보고 다 알기 때문”이라며 “강원도 용대리서 말리 것과 러시아서 말린 것을 구분해서 파는 것이 단골이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중부시장 5문 입구에 위치한 ‘오장도너츠’는 30년 째 장사를 하는 곳이다. 2016년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꽈배기로 출연한 후 중부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배영애 할머니는 “차범근 씨 부부가 오래전부터 자주 온다”고 하자 옆에 아들이 “진미령 씨도 자주 오시는데 어머니한테 ‘엄마’라고 부른다”고 거들었다. 이 점포는 3년 전부터 가업승계에 들어갔다.
손님이 늘 북적이는 우정상회는 홍콩,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우정상회는 오래전부터 “어떡하면 우리나라에 관광 온 외국인들에게 불편 없이 더 좋은 한국의 맛을 보여줄까”라고 늘 고심했던 곳이다. 외국인들은 멸치 같은 건어물보다는 맛이 아귀포, 쥐포 등 달달한 포 종류와 백진미·홍진미 오징어채, 오족(문어다리) 슬라이스 등을 많이 구매한다.
40여년 간 장사를 한 김동길 대표는 우정상회의 성공 요인을 친절과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선은 친절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은 품질”이라며 “드셔 본 분이 또 방문하는 것은 친절과 품질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에는 중국 관광객이 많이 방문했지만 요즘은 홍콩 손님들이 많다고 했다. 홍콩 관광객이 는 이유는 다름 아닌 유투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 때문이다.
국내 유명 요리연구가들도 건어물만큼은 중부시장을 통해서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품질 좋은 식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역시 “국내에서 가장 품질이 우수한 건어물이 모두 모이는 곳이 중부시장”이라며 “품질도 좋지만 상인들의 인심과 화합도 좋아서 쇼핑하기 참 좋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요리체험기업 오미 김민선 대표는 신중부시장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장보기체험, 전통음식 만들기, 한국어 배우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심을 끌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주최한 ‘2018 서울-관광 스타트업 협력 프로젝트’에 입상하면서 상품화됐다. 상품명은 ‘일일 미션 수행형 전통시장 탐험’ 쿠킹클래스다.
오미 체험 프로그램은 신중부시장이 외국인 대상 관광자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그동안 시장 상인들의 경우 찾아오는 외국인들을 응대하는 데 그쳤지만 쿠킹클래스는 외국인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바이럴 홍보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사서 요리하고, 먹고 배우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 문화와 정서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신중부시장의 명물이 된 건어물맥주축제는 주요 취급품목인 건어물과 맥주를 결합시킨 축제다.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 일환으로 건어물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맥주를 결합시킨 건맥축제를 만든 것이다. 상인연합회장은 건맥축제를 넘어 건맥거리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맥축제를 상설화하겠다는 의미다. 전주의 가맥집 같은 건맥집이 생겨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건맥축제는 맥주와 건어물 안주를 각 1000원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건어물 안주는 신중부시장 자체 브랜드인 ‘아라장’에서 소량 포장한 기획상품을 준비해 홍보마케팅을 겸했다. 축제기간 동안 시장 상인들이 자원봉사로 적극 나서서 것도 색다른 풍경이다. 특히 건어물을 이용한 부침개는 색다른 식감을 내서 인기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측은 축제를 통해 젊은층 고객을 많이 끌어들이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한편 신중부시장의 미래에 대해 상인연합회장이 언급했듯이 외국 관광객을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카이빙 사업을 주관하는 있는 문화지평 유성호 대표는 “내수 소비 한계와 식습관 변화 등으로 건어물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전략적 측면에서 국제적 건어물 명소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문광관형시장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 부족”이라며 “외국어 장보기 안내 자원봉사자 등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먹자골목 활성화도 중부시장의 큰 숙제로 지적했다.
아카이빙 촬영팀 김희병 감독은 “중부와 신중부시장은 신구시장 조화가 살아있는 건어물의 성지로 ‘매력 포인트’가 많은 시장”이라며 “상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가업승계 2세대들과 청년들과 조화를 이룬다면 세계적인 시장으로 성장할 충분한 자원을 가진 곳”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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