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학입학 정시모집 확대 정책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내 서열화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대입 실적이 우수한 전국단위 자사고의 인기가 올라간 반면 지역 단위 자사고는 일부 학교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미달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경쟁률이 더욱 낮아진 것이다. 지원생들은 이달 말 면접전형이 남아 있는 만큼 합격을 위한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도 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0학년도 신입생 입학 원서접수를 전일 마무리한 하나고의 경우 최종 경쟁률이 일반전형 기준 2.7대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경쟁률 2.57대1 대비 상승한 것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 등에도 전체 지원학생이 432명으로 지난해(411명)보다 증가했다. 서울지역 유일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는 2018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55명을 배출해 자사고 가운데서도 가장 우수한 대입 실적을 기록한 학교다. 하나고 외에도 전국단위 자사고 중에서는 내년도 입학전형에서 경쟁률이 상승한 학교들이 많다. 김천고가 일반전형 최종 경쟁률이 2대1로 지난해(1.74대1) 대비 상승했고 광양제철고도 미래인재 전형 경쟁률이 1.95대1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국 자사고의 인기는 지역 자사고와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 11일 내년도 신입생 입학전형 원서접수를 마친 서울의 20개 지역 단위 자사고의 경쟁률은 일반전형이 1.19대1로 지난해 1.3대1 대비 하락했다. 특히 사회통합전형을 합친 전체 경쟁률은 1대1(7,573명 선발에 7,586명 지원) 수준이어서 사실상 지원만 하면 합격이 가능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학교별로 살펴보면 서울 20개 지역 자사고 가운데 경희·동성·숭문·장훈·한대부고는 모집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미달사태’를 기록했다.
지역 자사고와 함께 모집전형을 완료한 서울 지역 외국어고등학교도 내년도 신입생 정원 내 경쟁률이 1.45대1로 지난해 1.51대1 대비 하락했다. 정부가 자사고와 외고·국제고의 2025년 일반고 전환을 예고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교육 당국이 특목고(외고와 국제고)와 자사고를 억제하고 중장기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것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정부의 특목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서 전국단위 자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전국 자사고만 내년도 지원 경쟁률이 상승한 것은 정부의 정시확대 정책이 연관 깊다. 정부가 일반고 전환이라는 평준화 정책과 정시 확대라는 서열화 정책을 같이 쓴 것이 전국 자사고 인기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현 중3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3학년도까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전형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학부모와 수험생 입장에서 자사고 진학이 꺼려지는 이유는 내신 점수 확보가 어렵기 때문인데 대입 정시 비중이 늘어나면 이런 문제가 다소 해결되기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전국단위 자사고에 지원할 동기가 커진 것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학생·학부모 입장에서는 면학 분위기가 좋고 수능 대비를 잘 해주는 외고·자사고를 선호할 수 있다”며 “학교별로 편차는 있겠지만 2024년까지는 현재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사고 입학을 준비 중인 학생은 마지막 면접 전형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자사고 면접전형은 보통 10~15분간 진행되는데 지원자 전원이 같은 질문에 답하는 공통문항과 개별문항으로 구분된다. 공통문항은 제시문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지식·창의성·논리력을 확인하는 문항이 출제되며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 개별문항은 지원자가 제출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출제된다. 학교 지원 동기, 봉사활동, 감명 깊게 읽은 책 등 제출 서류와 일관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문항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연철 진학사 평가팀장은 “학교별로 기출문항이 나와 있기 때문에 꼭 확인하는 것은 물론 사전에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예상 질문을 미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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