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최고경영진이 미중 무역분쟁 기조변화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과 신규 먹거리 발굴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달 초 예상됐던 임원 인사가 미뤄진 가운데 어느 때보다 치열한 논의가 오갔다는 후문이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주요 임원 및 해외 법인장 등을 소집해 내년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이날 시작했다. 우선 김현석 사장 주재의 CE(소비자가전) 부문과 고동진 사장 주재의 IM(IT·모바일) 부문 회의가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서 이날 진행됐다. CE 부문과 IM 부문은 18일까지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18일부터 사흘간은 김기남 부회장 주재의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회의가 열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회의는 물론 남은 회의 기간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CE 부문은 이날 회의에서 다음달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에서 공개할 기술 등을 점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와 퀀텀닷(QD)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TV 등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CES 2020에 쏟는 정성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사장이 CES 2020의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만큼 업계에서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기술 공개도 기대하고 있다. IM 부문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조에 따른 화웨이 관련 대책 및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확대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가 내년에만 3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팔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등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DS 부문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연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며 D램 등 주요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저하고’의 반도체 시황을 기대했지만 미중 무역분쟁 지속과 예상보다 느린 5세대(5G) 보급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기대치를 하회했다. DS 부문은 내년 5G와 클라우드에 기반한 반도체 가격 상승 외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군 대량 확보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글로벌 전략회의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경영진 구성에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는데다 다음달 CES 2020 등의 주요 행사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말이나 임원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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