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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산업이 쓰러지면 금융도 설 곳이 없다

박한신 산업부





국내 한 자동차 부품사는 유럽계 글로벌 부품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1,000만달러 이상의 제품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기 직전이다. 이 회사는 매년 세계 차 부품사 순위 5위 안에 드는 대형기업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와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국내 부품사들이 계약을 체결하고 싶어하는 곳이다. 현대·기아차만 쳐다보는 ‘천수답’ 업태에서 벗어나 글로벌 회사들로 거래처를 넓히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룬 적지 않은 성과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 회사는 바로 난관을 만났다. 이번 계약 내용에 맞는 부품을 생산하려면 라인을 증설해야 하는데, 국내 은행들이 대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유럽 기업과 오고 간 서류를 들고 은행에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NO’였다. 실제 납품 실적이 없으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실제 납품을 하려면 대출을 받아 증설해야 하는데, 은행은 납품한 실적을 먼저 가져오라는 얘기만 되풀이했다. 사실상 대출이 안 된다는 말이다. 이 업체 대표는 “계약이 물거품이 될까 조바심 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업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어렵게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도 은행 문을 뚫기가 더 어렵다는 부품 업계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부품사 관계자는 “글로벌 부품사와의 계약은 깐깐한 기술 검증에 이어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지까지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려면 라인 증설이 필요하고 증설을 위해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은행들은 기술이 아닌 실적을 먼저 가져오라고 한다”고 한숨을 지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완성차 업계의 침체로 벼랑 끝 위기 상황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런 자동차 업종에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품 업체들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달라”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조금만 지원하면 될 사업에라도 대출을 해달라는 얘기다. 부품 세계화는 자동차 산업도 살리고 투자도 활성화할 수 있는, 한국 업체들이 꼭 가야 할 길이다. 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 단위 실적 잔치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이 쓰러진 뒤에는 금융도 설 자리가 없다.” 다름 아닌 굴지의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봤자 차 산업의 ‘골든타임’은 돌아오지 않는다.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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