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구조 실패 책임자들로 꼽히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등 전·현직 해경 간부 6명이 전부 구속을 피했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오전 10시30분부터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해양경찰청장, 이모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여인태 현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9일 오전 0시30분께 이들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같은 법원의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비슷한 시간 김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유모 서해해양경찰청장 상황담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시켰다.
임 부장판사는 “사고 당시 현장 지휘관에 대한 형사 판결 등에 의하면 지휘 라인에 있었던 피의자가 업무상과실에 의한 형사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일련의 수사 및 조사 진행경과, 그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의 수준, 출석관계 등 수사에 임하는 태도, 직업 및 주거관계 등의 사정, 재난구조 실패에 관한 지휘감독상의 책임을 묻는 사안의 성격을 종합하여 보면 현단계에서 도망 및 증거인멸의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 부장판사도 “현장지휘자에 대한 형사처벌 전례 등에 비춰 상위 직급자인 피의자들의 형사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도 “다만 사고 발생 시기, 사고 이후 수사 및 조사 진행 경과, 수집된 증거자료의 유형과 내용, 피의자의 현재 신분이나 지위 등 여러 사정과 ‘조난사고 구조 담당자의 상황판단 및 대응조치’에 관한 법적 평가를 주요 쟁점으로 하는 사건의 성격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의 존재와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현장서 구조된 사람들이 타야 할 헬기를 김 전 서해해양청장과 함께 탄 의혹을 받는다. 당시 단원고 학생 임모군은 현장에서 구조되고도 헬기를 이용하지 못해 끝내 숨졌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임군은 헬기를 탈 기회가 세 번 있었지만 한 대는 그대로 회항했고 나머지 두 대는 김 전 서해해양청장과 김 전 청장만 각각 태우고 돌아갔다. 임군은 헬기를 타면 20여 분 정도만 걸렸을 거리를 배를 세 번 갈아탄 끝에 4시간41분을 허비하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검찰청 산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안산지청장)이 지난해 11월11일 공식 출범한 이후 처음 시도한 이번 피의자 신병확보가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특수단 수사도 암초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대규모 고위 간부 인사로 가뜩이나 대검찰청 안팎이 어수선한 와중에 영장 청구로 단 하나의 소득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구속 심사 막판에는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 대표들이 심문에 참여해 구속에 대한 의견을 냈지만 결과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김 전 청장은 8일 오전 구속 심사에 참석하면서 취재진에게 “나로 인해서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이 조금이라도 달래질 수 있다면 오늘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 급박한 상황에서 우리 해경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씀은 꼭 올리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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