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올 들어 40% 가까이 급등하면서 3개월여 만에 1,100만원선을 넘어섰다. 연초 미국·이란 간 충돌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전 세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암호화폐 시세가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연구에 앞다퉈 나서면서 가상 자산을 둘러싼 규제 체계가 정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7일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3시30분께 비트코인은 전일보다 0.8% 오른 1,141만5,00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일(832만7,000원·종가 기준)과 견줘 한 달 만에 37% 올랐다.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1,100만원대를 웃돈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더리움·리플 등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상승세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올 초 15만원 안팎에서 이날 25만원대로 70% 가까이 뛰었고 리플 역시 같은 기간 220원대 초반에서 이날 328원으로 50%가량 올랐다. 암호화폐 거래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은 328조8,000억원에 달한다. 올 초 220조원대였던 시장 규모가 한 달 만에 100조원 넘게 불어났다.
업계에서는 연초 이란을 둘러싸고 불거진 국제정세 불안과 최근 신종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 등이 암호화폐 시세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커질 때마다 중앙정부의 규제 밖에 있는데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암호화폐가 주목을 받으며 금과 같은 대체투자 자산의 일종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란이 미군의 공습에 반발해 보복 공습을 가한 지난달 8일 비트코인은 1,000만원대 턱밑까지 6%가량 급등했고 중국발 신종 코로나의 글로벌 확산 우려가 본격화한 지난달 27일 이후 1,000만원대에 안착했다.
일각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컸던 암호화폐의 취약점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세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 계획을 밝힌 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디지털 화폐 연구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암호화폐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암호화폐를 대체 자산의 일종으로 규정하기에는 가격 변동성과 투기적 성격이 지나치게 크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주식·채권·원자재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 시장에 비해 암호화폐의 전체 시가총액이 절대적으로 작은 만큼 아직도 소수 ‘큰 손’의 자금에 따라 가격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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