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현 상황을 ‘비상 경제 시국’이라고 선포하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사실상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경제활력’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이번처럼 ‘비상 상황’을 강조하며 전방위적인 경제대책을 촉구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도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발생하며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총선 정국을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추경을 통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예산 조기 집행은 마땅히 해야 하는 기본적인 조치다.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비상 경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이 ‘추경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지는 않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추경을 말하기는 어렵고 (정부 부처들이) 모든 권한을 활용하도록 하겠다”며 “2월 말까지는 1차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1차 대책이 나온 다음 경제상황을 보면서 추가 대책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추경’보다는 기존 정책 틀 안에서의 ‘파격 대책’에 가깝기는 하다. 하지만 결국 경기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방법이 추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 역시 이를 면밀히 검토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해외여행력이 없는 한국인 여성(61)이 국내 31번째 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염경로가 불확실해 지역사회 감염 우려기 확산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날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있는 우리 국민 4명과 일본인 배우자 1명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3호기를 파견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현 상황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그와 별개로 경제적 타격이 매우 심각하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훨씬 크고 긴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우리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지금 당장 중국과 연계돼 있는 우리 기업의 공급망과 생산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고, 우리 수출 비중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 중국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태 극복을 위해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달라는 언급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전례가 있다, 없다를 따지지 말고 생각할 수 있는 대책들을 책상 위에 모두 꺼내놓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비상한 시기인 만큼 실기하기 않고 긴급하게 처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을 위한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특별금융 지원과 세 부담 완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상가 임대료 인하 운동에 정부도 화답해 소상공인들의 임대료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인센티브 확대와 더욱 과감한 규제혁신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위축된 소비를 원상태로 복구하기 위한 ‘소비진작책’도 요청했다. 그 일례로 소비쿠폰이나 구매금액 환급, 또 재래시장·골목상권·지역경제 활력을 위한 파격적 수준의 지원방안도 고려하라고 당부했다.
강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소비쿠폰 등 구체적으로 언급된 수단은 정부가 앞으로 디테일하게 검토해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추경과 관련한 다양한 해석에 대해 “추경을 검토한다는 게 아니고 소비진작책을 정부가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여러 가지 방안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본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홍우·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