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세 적용으로 가격경쟁력을 강화한 국내 수제 맥주 업계가 전 세계 맥주 산업을 총망라하는 박람회를 개최한다. 수제 맥주 업계가 꿈에 부풀어있는 가운데 전 세계 수제 맥주 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관계자까지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린다. 맥주 선진국과 같이 지역별로 수없이 많은 종류의 맥주가 팔리는 ‘수제 맥주 전성기’가 본격 열리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제2회 ‘대한민국 맥주산업박람회(KIBEX)’가 열린다. KIBEX는 국내 유일 맥주 산업 전문 박람회로 국내 주류 관련 전시회 중 유일한 기업간거래(B2B) 전시회다. 맥주 콘텐츠 전문회사 ‘비어포스트’와 전시 컨벤션 전문기업 ‘GMEG’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맥주에 붙는 세금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변경한 주세법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원재료비가 높은 수제 맥주는 크게 유리해졌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맥주 500㎖당 원가가1,000원일 경우 종가세 체제에서는 주세가 792원에 달했으나 종량세로 바뀐 후에는 415원으로 내려간다”면서 “수제 캔맥주와 양산 맥주의 가격 차이를 좁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수제 맥주 업계는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1세대 수제맥주 브랜드인 플래티넘 크래프트맥주는 중국 옌타이 지방에 있는 양조장을 올해 안으로 이전하기 위해 부지를 찾고 있다. 양조장이 완공되면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 위한 브루어리 투어도 운영할 예정이다. 오비맥주가 인수한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는 맥주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직영 ‘브루펍’을 4호점까지 확장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외 브루어리는 물론 홉·몰트·이스트 등 맥주 원재료 회사, 브루잉 장비 회사 등 다양한 맥주 산업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맥주 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 첫 박람회가 열렸던 지난해보다 참가업체가 200개사로 늘어났고 박람회 규모(8,200㎡)도 2배 가량 넓어졌다.
이인기 비어포스트 대표는 “종가세 체제에서는 대기업 위주의 맥주 중심으로 판매되다 보니 맥주의 맛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올해부터 종량세로 변환하면서 국내 120여개의 소규모 양조장에 투자금이 흘러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1% 가량의 시장점유율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대행사로는 맥주의 맛을 겨루는 ‘국제맥주대회(KIBA)’와 전세계 맥주 트렌드를 짚어보는 국제맥주컨퍼런스(KIBCON)가 마련됐다. 국제맥주대회에서는 전 세계 23개국 45명의 심사위원이 참가해 출품된 국내외 맥주 400여종을 심사한다.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수입 맥주도 이곳에서 첫선을 보인다.
이번 국제맥주대회에서 해외 심사위원 초빙을 담당한 윤정훈 플래티넘 크래프트맥주 부사장은 “국제 맥주 대회를 통해 국내 브루어리의 기술 발전을 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맥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맥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맥주컨퍼런스에서는 맥주 시장의 현황과 미래에 관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장이 열린다. 국내외 맥주업계 종사자 30여명이 연사로 참석해 25개 세션을 진행한다. 주제는 ‘종량세와 수입맥주 시장 예측’에서부터 ‘미국 수제맥주 시장의 트렌드와 시사점’까지 다양하다. 미국 수제맥주협회(BA)의 밥 피스(Bob Pease) 회장이 처음으로 방한해 전시회와 함께 개최되는 제3회 대한민국 국제맥주 컨퍼런스(KIBCON)의 기조연설을 맡는다.
/허세민·김보리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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