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들이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재정부양책 카드까지 꺼내 들 준비를 하고 있다.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더해지면서 기존 통화정책 위주의 경기부양책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모인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2020년 유로존 경제정책 권고’를 채택하고 “하방 위험이 구체화할 경우 재정대응은 차별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체적인 차원에서 더 부양적인 입장을 목표로 하면서 동시에 ‘안정·성장협약’의 완전한 존중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정·성장협약’은 EU가 회원국의 건전한 재정 유지와 재정정책 공조를 위해 도입한 재정준칙으로, 회원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주요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수년 만에 처음으로 유로존 19개국이 재정적 부양책(fiscal stimulus)을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통화적 부양책은 충분하지 않다”면서 “만약 경기둔화가 아주 확연할 경우 재정적 부양책이 이어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로존 회원국들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경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발발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지금까지 유로존은 유럽중앙은행과 저성장 국가들의 거듭된 재정투자 요청에도 수년간 연례 권고에서 ‘광범위한 중립적’ 재정정책을 고수해왔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경기둔화와 코로나19로 높아진 새로운 경기하강 위험은 재정부양책에 가장 반대했던 독일의 입장마저 바꾸게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4·4분기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제로(0)를 기록하는 등 경기 둔화세가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독일 연방통계청은 “전년과 비교하면 연말로 갈수록 경제성장률이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또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가 오래갈수록 경제심리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유로존 국가들의 올해와 2021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2%로 제시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