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와중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되레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중국 난징·상하이 공장 가동 차질이 우려되는데다 미국의 제재로 TSMC가 최대 고객 중 하나인 중국 화웨이로부터 반도체 물량을 수주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미국 퀄컴의 신규 물량을 수주한데다 글로벌 점유율 1위인 스마트폰 사업부의 지원이 더해져 순항이 예상된다.
19일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주요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중 화웨이 비중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전날 미국 상무부가 미국산 장비로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할 경우 미 당국의 승인을 받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단행한 조치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이 미국 상무부의 조치에 대해 “TSMC가 화웨이로 반도체를 출하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등 TSMC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TSMC로서는 화웨이가 애플·퀄컴과 함께 최대 고객사 중 하나라는 점에서 거래 감소에 따른 타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TSMC의 초미세공정에서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발주한 물량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화웨이와 TSMC 간 중화권 동맹이 공고해지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TSMC 매출의 10%가량(약 35억달러)을 하이실리콘이 차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는 TSMC에게 또 다른 악재다. TSMC는 중국 난징에 12인치 웨이퍼 기반, 상하이에는 8인치 웨이퍼 기반의 반도체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인데 이들 공장은 중국 내 물류 차질 등으로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중국의 올해 1·4분기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점도 TSMC를 울상짓게 한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될 경우 화웨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외에 애플·퀄컴·미디어텍 등이 TSMC에 발주하는 AP 물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2.7%로 1위이며 삼성전자(17.8%), 글로벌파운드리(8.0%), UMC(6.8%) 순이다. 지난해 1·4분기와 비교해 TSMC의 점유율은 4.6%포인트 높아졌지만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3%포인트 낮아졌다. 화웨이와 애플 외에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큰손들이 TSMC에 물량을 대부분 맡기는 반면 삼성전자는 자사 IM(IT&모바일) 사업부의 AP 물량을 제외하면 IBM의 메인프레임용 중앙처리장치(CPU) 등 확보 물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TSMC와 화웨이 간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애플이 코로나19에 따른 스마트폰 생산 차질로 실적 전망치를 낮출 경우 TSMC의 점유율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의 스마트폰 5G 모뎀칩 ‘X60’ 물량을 수주해 매출 증대가 기대되는데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중국 시장 비중이 미미해 코로나 19에 따른 타격이 제한적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관련 사업부를 분사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과 퀄컴 등은 자체 AP ‘엑시노스’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에 지적재산권(IP)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로 파운드리 물량을 맡기기를 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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