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002320)그룹 회장이 한진칼(180640)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며 조현아·KCGI·반도건설의 주주연합이 사실상 주총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주주제안, 사내외 이사 추천 등 주총전략에서 실패했다고 판단한 3자 주주연합은 최근 들어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임시주총 개최 요구 등을 통한 경영권 압박을 계획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지난 13일부터 주식시장에서 한진칼 주식 약 270만주를 매입했다. 이 기간 한진칼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인 주체는 기타법인인데 업계에서는 반도건설 계열사 중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매입 물량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1,350억원어치로 지분율로는 4.59%에 해당한다. 이로써 주주연합이 확보한 지분은 36.65%까지 증가했다.
3자 주주연합이 주주명부폐쇄로 이번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함에도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정기주총 이후를 대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주총에서는 승기를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지난해 KCGI가 제시했던 주주제안의 대부분을 경영 쇄신 방안으로 수용하며 공격의 명분을 잃은데다 한진그룹 내부의 여론도 3자 주주연합에 불리하게 돌아가며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진그룹 3사 노조와 대한항공(003490) OB 임원회 등이 잇따라 조 전 부사장을 비판하며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노조 등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무조건 조 회장을 반대할 명분도 힘을 잃고 있다. 여기다 이번 주총에 추천한 사내외 이사 후보에 대한 전문성 결여 논란과 함께 이사 후보가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것도 3자 주주연합의 힘을 빼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은 이사 후보의 검증과정과 더불어 ‘불통’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3자 주주연합의 주총 이후 대비 전략으로는 임시주총이 유력하다.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임시주총을 요구해 ‘이사의 선임 및 해임’을 주장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지분을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칼은 정관에 따라 이사 선임·해임 안건이 일반 결의사항이라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될 수 있다. 3자 주주연합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여론을 감안해 ‘이사의 자격’을 주주제안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주주연합은 “청렴성 요건을 반영한 이사의 자격 조항을 신설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에 의한 책임경영·준법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이 불법 가사도우미 고용과 관세법 위반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을 감안,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주주연합 측은 20일 강성부 KCGI 대표가 직접 발표자로 나서 기자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이 간담회에는 사내외 이사들이 참석해 ‘한진그룹의 현재 위기 진단과 미래방향, 그리고 전문 경영인의 역할’과 관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여론을 의식해 조 전 부사장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주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은 이날 첫 상견례를 진행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소통에 나설 방침이다. 지분 취득과 관련해 반도건설의 한 관계자는 “공시를 하기 전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박시진·이재명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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