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또다시 가동 중단 명령을 내릴지 몰라 조마조마합니다. 가동 재개 승인을 내려주기 직전까지 명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아 혼란스러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내 현지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최근 재개된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답답함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중국 정부는 방역을 이유로 당초 1월24~30일이었던 춘제 기간을 이달 2일까지로 연장했다. 상하이 등 대부분 지방 정부들은 심각성을 고려해 기업 휴무일을 9일까지 늘렸다. 춘제 기간 공장 가동을 멈춘 기업들은 10일까지 공장 가동을 애타게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일부 지방 정부가 10일에도 공장 가동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서 최장 4주간 공장이 쉬는 곳들도 생겨났다.
기업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발만 동동 굴렀다. 톈진이 대표적이다. 차 업계의 경우 17일에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가전업계는 18일이 돼서야 19일 가동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거의 4주가량 공장 가동을 멈춘 셈이다.
톈진이 다른 지방에 비해 유독 더 상황이 심각하다거나 특이사항이 없는데도 톈진 정부가 명확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고 가동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기업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 같았다며 ‘혹시?’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악몽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지난 2017년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 보복 조치로 산업계는 고통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그때도 기업은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결국 ‘한한령’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롯데는 위생검사 등 각종 핑계로 점포 영업 중단과 건설 중단에 시달린 뒤 중국에서 마트와 백화점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춘제가 끝나고 복귀한 주재원들이 손쓸 도리 없이 하염없이 공장의 멈춘 기계만 바라봤다는 국내 기업 관계자의 말에서 그때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