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9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재확진 판정을 받은 25번 환자는 면역이 저하된 상태에서 코로나19가 재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중국 광둥성을 방문했던 아들(26번 환자), 며느리(27번 환자)와 함께 생활하다 이달 9일 코로나19 확진 이후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치료를 받고 22일 퇴원했다. 하지만 27일 보건소에 경미한 증상이 있다며 자진신고, 28일 재확진 판정을 받았다.
권 부본부장은 “정상인 같으면 (코로나19를 앓고 나서) 항체 등 면역이 형성됨으로써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하거나) 재침입했을 때 방어가 가능했을 텐데 고령이고 면역이 저하된 상태여서 그것이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며 “일부 전문가는 체내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멸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었겠느냐고 지적한다”고 했다.
그는 “재확진 사례는 중국에서도 10건 넘게 보고됐고, 최근 일본에서도 보고됐다”며 “중앙임상위원회 자문을 통해 이 사례가 임상적으로 재발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완치 판정 기준 변경, 완치 후 자가격리 도입 필요성 등) 방역대책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퇴원한 확진자를 자택에 14일간 격리한다.
격리치료 중인 환자의 바이러스 검출률(양성률)이 △초반에는 구강을 통해 면봉으로 채취한 검체에서, 후반에는 항문을 통해 면봉으로 채취한 검체에서 더 높고 △혈액 검체에서 양성(바이러스 검출) 판정을 받은 사람은 구강·항문 면봉 검사에서는 음성(미검출)으로 나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우한폐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신종 미생물과 감염(Emerging Microbes and Infections)’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환자 15명 가운데 검사 구강·항문 면봉 검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돼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구강 면봉 7명(46.7%), 항문 면봉 4명(26.7%)이었다. 이 중 2명은 구강·항문 면봉 모두 양성으로 나왔다. 혈액 검체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6명(40%)인데 구강·항문 면봉 검사에서는 음성(바이러스 미검출) 판정을 받았다.
또 치료 중인 환자 16명에 대한 검체 양성률이 첫 검사에선 구강 면봉 50%(8명), 항문 면봉 25%(4명)였지만 5일째에는 25%(4명), 37.5%(6명)로 역전됐다. 초반에는 구강, 후반에는 항문 검체의 양성률이 높게 나온 것. 사스와 메르스 환자에서도 감염 후기 단계에서 장 감염이 관찰됐었다.
연구팀은 “구강 면봉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어도 환자를 퇴원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며 “구강 면봉 검체 외에 항문 면봉과 혈액 검체 진단검사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제갈동욱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국내 진단키트와 중국의 진단키트가 달라 국내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데 구강 면봉이나 가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더라도 혈액과 항문 면봉 검체에서는 검출될 수 있는 만큼 이들 검체를 진단검사 때 추가하면 검사의 정확도를 높여 확진을 앞당기거나 바이러스가 남아 있는 환자의 조기 퇴원을 막아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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