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불안한데 청약 당첨 가능성은 낮은 2030이 법인을 설립해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있다. 보유세 등 세금을 줄여 자금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전국 연령대별 부동산 신설법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0세 미만과 30대(30~39세), 즉 2030 세대의 부동산 법인설립이 2,949건을 기록하며 부동산 법인 증가세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1,819건) 대비 무려 62.1% 급증한 규모다. 전체 신규 부동산 법인은 2018년 1만 145건에서 2019년 1만 4,473건으로 42.7%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분석해보면 30대의 부동산 법인 설립은 1,540건(2018년)에서 2,524건(2019년)으로 무려 63.9%나 늘었다. 2017년(1,398건)에 비하면 2배에 육박한다. 30세 미만도 지난해 425건으로 2018년(279건)보다 52.3% 많아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신규 부동산 법인 가운데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에 이른다. 신규 부동산 법인 10곳 중 2곳의 사장은 2030 세대인 것이다.
이렇듯 부동산 법인 시장에서 2030이 유난히 두드러진 까닭은 청약 가점이 낮아 새 아파트 당첨이 어려운 젊은 층이 우회적으로 내 집 장만에 나서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당첨 평균가점은 53.9점, 당첨 커트라인 평균은 49.6점이었다. 인기 지역의 경우 점수는 더욱 높다. 송파구가 평균 당첨 가점 68.5점, 강남구가 65.4점, 동작구 65.2점, 성북구 64.7점, 서초구 60.3점 순이었다. 서초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구의 당첨 커트라인도 60점 이상이었다. 때문에 무주택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부양가족이 적은 2030은 청약 당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약 당첨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자 지난해에는 주택시장의 전통적인 큰손이었던 40대를 제치고 30대가 아파트 매입 비중 1순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 법인 구매는 개인 구매에 비해 혜택이 더 크다. 12·16 대책 이전에는 법인의 경우 최대 80%까지 주택담보 대출이 가능했고 절세에서도 개인보다 유리하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센터팀장에 따르면 개인이 12억원 아파트를 2채를 보유할 경우 2020년 종부세는 2,440만원, 이를 포함한 총 보유세는 총 3,759만원이다. 반면 한 채만 법인으로 전환해도 종부세는 463만원, 총 보유세는 1,387만원으로 삼분의 일가량 뚝 떨어진다. 법인 전환 주택은 다주택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들어 집값 풍선효과를 따라 경기지역에서 법인의 아파트 매입이 크게 늘었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의 거래주체별 아파트매매거래에 따르면 법인이 개인에게 사들인 경기지역 아파트는 1,019건으로 지난해 12월 839건에서 더 늘어나 역대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116건)에 비하면 10배가량 폭증이다. 반면 전국은 3,133건(12월)에서 2,594건(1월)으로 줄었으며 서울은 327건에서 152건으로 반토막 났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