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등 경제 충격이 가시화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선제 대응에 나서고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이주열 한은 총재를 불러 대책을 논의함에 따라 한은이 이번주에 금리 인하와 공개시장운영 등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3일 한은이 공식적으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간 임시 금통위 개최 협의가 논의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금리 인하 시계가 더욱 빨라진 분위기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 직후 이 총재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 해소는 금리 조정보다 피해부문에 대한 선별적 지원이 효과적”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상황이 악화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한은이 가장 최근 긴급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인하한 것은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10월이다. 당시 이성태 한은 총재는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5.00%에서 4.25%로 0.75%포인트 큰 폭 인하했다. 아울러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여수신이율도 개정해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연 3.25%에서 연 2.50%로 내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 경우 큰 폭의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0.25%포인트 베이비스텝을 밟을 경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금리 인하와 함께 증권매매 등 공개시장운영 정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카드도 꺼낼 가능성도 크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은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단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여 16조8,000억원을 공급했다. 또 국고채를 매입하고 통화안정증권을 중도 환매해 1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중소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총액한도대출(현 금융중개지원대출) 규모를 증액하는 방식으로 3조5,000억원을 풀었다. 이외에 채권시장안정펀드(2조1,000억원), 은행자본확충펀드(3조3,000억원)도 조성하고 은행의 지급준비예치금에 대한 일시적 이자 지급(5,000억원), 신용보증기금 출연(1,000억원)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렇게 5개월간 풀린 돈이 모두 28조원에 달한다.
이 총재는 이달 초 긴급간부회의를 열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증액한 상태다. 금융위기와 비교할 때 아직 사용하지 않은 펀드 조성 등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또 한은이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RP 매입 테스트를 해 유동성이 필요할 때 광범위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RP 매입에 나설 것으로도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통화안정증권 발행·환매를 주로 사용하지만 증시가 불안하고 시장 안정성이 좋지 않을 때는 국채를 담보로 한 환매조건부증권(RP)를 매입해 단기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는 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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