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긴급 지시했다.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유의 ‘성착취 영상 공유방’ 진상을 낱낱이 밝히라는 취지다. 최근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를 붙잡은 경찰은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 유포 시초격인 ‘n번방’ 운영자 ‘갓갓’은 물론 단순 시청자들도 최대한 수사할 방침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박사방으로 피해를 본)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운영자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필요하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실제 경찰은 박사방이나 n번방 이용자들의 신상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 집단 성폭력의 공범이라는 여론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좋은 게 있으면 보내봐라’ ‘올려봐라’ 등 교사·방조한 이들도 적극 조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사방, n번방과 같은 텔레그램 비밀방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100여 개로, 단순 합산한 참여자 수는 26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중복을 고려해도 10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은 n번방 운영자 ‘갓갓’에 대해서도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해 추적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북지방경찰청에서 갓갓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그가 써 온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확인해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 닉네임 ‘와치맨’을 사용하는 전모(38)씨는 지난해 9월 불법 촬영물 제작 및 음란 사이트 운영 혐의로 이미 구속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뿐만 아니라 ‘디스코드’ 내 성폭력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디스코드를 이용한 아동 성착취물 유통 사례를 확인·수사 중”이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디스코드도 관련 절차에 따라 요청 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최근 텔레그램으로 수사망이 좁혀오자 일부 음란물 유포자는 디스코드 등 다른 메신저로 이동한 상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이날 ‘n번방 사건 재발금지 3법’을 발의하고 20대 국회 내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성적 촬영물로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죄로 처벌하고 상습범은 가중처벌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윤홍우·한동훈·김태영기자 hoon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