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 임직원들의 항소심 재판에서 과거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적법했는지에 대한 공방이 재차 벌어졌다.
23일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표현덕 김규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사건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는 지난 2018년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횡령 사건 관련 삼성전자 사옥을 압수수색하던 중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관련 정보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한 것과 관련해 삼성 측과 검찰 측의 주장이 대립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전자정보를 수색하고 압수하기 위해서는 정보 중 (사건과) 관련 있는 파일을 선별해 복사해야 한다”며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 저장매체를 압수할 때 그와 같은 내용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 저장매체가 3테라바이트(TB) 이상이라지만 충분히 복제본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검찰은 저장매체에 어떤 파일이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원본을 그대로 반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당직 직원이 은닉했던 저장매체들에 다스 사건 관련 증거자료가 포함돼 있을 거라는 개연성이 있어 압수했던 것”이라며 “삼성에서 사용하는 저장파일은 특유의 암호가 적용돼 있어 용이하게 열어볼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이러한 사정들 때문에 원본 반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그 자리에서 3TB짜리 저장매체를 탐색한 후 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검찰은 삼성전자가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해 준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수원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인사팀 사무실에 들어간 검찰 수사관들은 인사팀 송모 전무의 컴퓨터 모니터에서 인사팀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로 이야기를 주고받은 흔적을 발견했다.
검찰은 당직 직원을 불러 추궁한 끝에 지하 주차장의 차량 트렁크와 회의실 등에 외장하드디스크와 공용 컴퓨터 등을 숨겨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압수했다. 그렇게 확보한 하드디스크에서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자회사 노조와해 공작을 벌인 정황이 담긴 문서가 발견됐다. 이후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사건으로 32명을,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의혹 사건으로 13명을 기소했다.
앞서 1심 재판에서도 압수수색의 적법성에 관한 공방이 있었다. 이에 당시 법원은 “압수수색 절차에 별다른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굳이 찾자면 첫 압수수색 영장을 해당 당직 직원에게 제시하지 않은 정도의 과실이 있으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데에는 족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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