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셧다운됐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생산라인도 가동을 멈췄다. 중국·미국·유럽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코로나19발 셧다운에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라인이 휘청거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 가전업체의 북미·유럽 지역 핵심판로인 미국 베스트바이와 독일 메디아마르크트 등의 매장 폐쇄 결정이 더해지며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삼성전자는 “인도 주 정부의 결정에 따라 스마트폰 생산공장인 노이다 공장과 첸나이 가전공장을 이달 말까지 멈춘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해 첸나이 등 75개 도시와 기업 등에 병원과 관공서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의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기한은 이달 말까지다. 그러나 현지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이 명령이 추가로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가동을 중단한 삼성전자 노이다생산법인은 지난 2018년 7월 7억달러(약 8,900억원)를 투자해 기존 생산라인의 2배 규모로 확대한 곳으로 삼성전자가 인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거점으로 꼽는 공장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6,800만대에 그쳤던 노이다 공장의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을 2020년 1억2,000만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며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저가형 스마트폰 ‘갤럭시M’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현지 공략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첸나이생산법인도 이달 말까지 가동을 멈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지 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침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이며 스마트폰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노이다와 푸네에 위치한 생산법인 가동을 3월 말까지 중단한다. 노이다 공장과 푸네 공장에서는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푸네 공장에서는 스마트폰도 일부 생산한다.
삼성과 LG 등 가전업체는 해외 판로마저 막히는 이중고에 빠졌다. 미국 전역에 1,000여개 가전매장을 운영 중인 베스트바이는 이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고객과 임직원의 안전을 위해 매장 내 쇼핑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며 “대신 비대면 방식으로 고객 집 앞이나 차고에 주문한 제품을 두고 가는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베스트바이는 전문기사의 대형TV나 냉장고 등 설치는 감염 위험을 이유로 제공하지 않기로 해 정상적인 판매활동도 어려워졌다. 유럽 최대 가전판매점 메디아마르크트도 이달 중순부터 주요국에 있는 850여개 매장을 폐쇄했다. 가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북미·유럽은 한국처럼 대형가전 설치 서비스를 활용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으면 대형가전과 신제품 프로모션 등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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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005380)도 이날 첸나이에 있는 1·2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 첸나이 공장은 크레타와 싼타페·이온·i20 등을 연간 68만대 생산한다. 기아차도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기아차는 지난 2017년 4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주정부와 인도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후 같은 해 10월 착공해 작년 8월부터 셀토스 생산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연간 생산 규모는 17만대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유럽 공장을 멈춰 세운 상태다.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모두 다음달 3일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이달 18일 공장 내 직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며 문을 닫았다. 이로써 현대차 해외 생산거점 가운데 정상 가동 중인 곳은 터키·러시아·브라질 공장과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뿐이다. 이처럼 세계 곳곳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현대·기아차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포스코도 긴급 셧다운 행정명령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달 말까지 델리 가공센터와 푸네 가공센터를 멈추기로 한 포스코 측은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인도 정부의 지침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 타밀나두주에 있는 현대제철(004020) 코일 공장과 강관제조 공장도 같은 기간 생산을 중단한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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