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잡히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유럽 각국 정부가 전방위 대응 체제 구축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자국민에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조하는 한편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통해 코로나19로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통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으로 유럽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6만 명을 넘어섰다. 유럽의 코로나19 확산 거점인 이탈리아에서는 하루 만에 신규 확진자가 5,560명 늘어 누적 확진자가 5만9,138명으로 집계됐다. 이날까지 중국 확진자 수(8만1,054)의 74%에 달하는 수치다. 사망자는 651명 늘어 총 5,476명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스페인에선 이날 3,272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 수가 2만8,768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1,772명으로 증가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독일(2만4,873명), 프랑스(1만6,044명), 영국(5,741명) 순으로 확진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각 정부는 국가 정상이 직접 나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2일 연방 16개 주 총리들과 화상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장소에서 2명이 넘는 사람이 모이는 모임을 최소 2주간 금지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접촉한 의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자국민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면 더 강력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이날 국민들에게 다른 사람과 1.5m의 거리를 유지하라고 경고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발송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각국 정부는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마셜플랜이 필요하다”고 22일 주장했다. 마셜플랜이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서유럽 16개 국가에 행한 대외원조계획이다. 산체스 총리는 그러면서 유럽연합(EU)이 회원국에 범유럽 채권을 발행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독일에서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 등에 사용할 1,500억 유로(약 200조원) 규모의 추가 예산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유럽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지 의료 보건업계에서는 장비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의 보건 노동자 4,000여명은 의료장비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며 존슨 총리에 서한을 보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이탈리아 의사는 사망 전 인터뷰에서 자신이 근무한 병원 의사들이 장갑도 없이 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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