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을 달리던 교섭이 이제야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노사 간 갈등으로 살얼음판을 걷던 국내 완성차 업계에 모처럼 봄이 찾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맞닥뜨린 수요절벽 위기에 노조 내부에서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조의 변화는 노조원들의 현실 인식에서부터 시작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가입을 추진하면서 사측에 압박 수위를 높였던 르노삼성 노조는 “노조는 2019년 임금교섭을 마무리 짓고 공멸이 아닌 상생의 길로 나아가라”는 노조 대의원들의 성명 발표에 협상 테이블로 복귀했다. ‘창원물류·제주부품회사 폐쇄안’을 두고 “사실상 구조조정 조치”라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웠던 한국지엠(GM) 노조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조원들의 압박에 물류·부품회사 폐쇄안을 별도 안건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노조의 변화가 완성차 업계 전체에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화합으로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해 노조 집행부가 교체되며 ‘배부른 귀족노동자로 낙인찍힌 불명예’를 바꾸겠다던 현대차 노조는 여전히 일부 강성 노조원들의 반발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생산량을 만회하려 노사가 뜻을 모으자 일부 노조원은 “생산량 회복은 사측 몫인데 왜 노조가 협조해야 하느냐”며 어깃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노노 갈등으로 비칠까 봐 달래는 방법밖에 없다.
내부의 적은 외부의 적보다 위험하다. 사기(史記)의 조선열전(朝鮮列傳)에는 고조선의 멸망과정이 나온다. 한때 고조선은 한(漢)에 맞설 국력을 갖췄으나 지배층의 내부 분열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를 두고 사마천은 “한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고조선이 내부 분열로 망했다”라고 평했다. 모처럼 찾아온 완성차 노사 화합의 기회를 노노 갈등이 발목을 잡을까 걱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