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텔레그램’에 제작·유포한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근절책을 마련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텔레그렘 n번방 사건은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처음으로 게시되며 공론화됐다. 해당 국민청원에 동의한 인원 수만 현재 기준 220만명을 훌쩍 넘으며 역대 최다 청원 인원을 기록하고 있다. 청와대는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국민청원에 대해 청원 마감 후 한 달 이내에 답변을 하도록 돼 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한 만큼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면서 “정부가 영상물 삭제 뿐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다”고 비판하면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은 이런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공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은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필요하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하면서 “플랫폼을 옮겨가며 악성 진화를 거듭해온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러한 강력한 대응의 배경은 기본적으로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 인권과 관련된 문제라는 인식에 기반한다”면서 “익명성에 숨으면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범죄자들이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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