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에 따른 자금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장에 내놓았지만 1차 공급분 한도액인 120억달러에 미달했다. 공급액 규모가 컸고 국내 은행들의 외화건전성도 상대적으로 양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31일 전자입찰 시스템을 통해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600억달러 중 120억달러에 대한 1차 외화대출 경쟁입찰을 실시한 결과 참여 금융기관들이 총 87억2,000만달러를 응찰했다고 밝혔다. 입찰액은 7일물 20억달러, 84일물 100억달러였으나 실제 응찰 규모는 7일물 8억달러, 84일물 79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응찰액은 전액 낙찰돼 다음달 2일 시중에 공급될 예정이다.
한은 외환시장팀 관계자는 “1차 자금 공급액이 지난 2008년(40억달러)에 비해 많았고 국내 은행들의 외화건전성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화가 많이 필요했다면 응찰 규모가 한도를 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은 외화건전성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28.3%로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규제비율(80%)을 크게 웃돈다.
한은은 향후 외화자금 사정 등을 감안해 추가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첫 입찰에서 한도액보다 은행의 달러 수요가 적었기 때문에 추가 입찰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164억달러가 시장에 공급됐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앞서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이날 7원 내린 1,217원40전에 거래를 마치며 1,22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증시가 상승 마감한데다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이 공급되면서 외환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며 원화가 강세를 나타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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