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오히려 형평성 논란 등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갈등만 키우고 있다. 이에 정부안을 지금이라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관계부처들은 2일 청와대에서 회의를 갖고 소득기준 70%를 가리기 위한 막판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자산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이르면 3일 관련 내용이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문제는 청와대가 결정짓기보다는 관련부처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하위 70% 기준이 정해지더라도 소득 1만~2만원 차이로 최대 100만원 수혜 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에 일시적 소득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 하위 70%가 중위소득 150%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712만원 수준에서 지급 기준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월 소득 712만원인 가구가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게 될 경우 지원을 받지 못한 월 소득 713만원 가구보다 소득이 99만원 더 많아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지원금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은 1인 가구나 무자녀 맞벌이 가구의 상대적 박탈감 문제도 크다.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는 가구원 수로 소득기준을 정하다 보니 지원금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1인 가구도 빈곤 노인이나 저소득 청년 가구가 대거 포함돼 지급 기준선(중위소득 150% 기준으로 264만원)이 상대적으로 낮다.
소득 산정 시점도 논란거리다. 건보료 납부액이나 국세청 과세자료 등 대상자 선별에 필요한 자료가 대부분 지난해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마련 중인 가이드라인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를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지급 기준선을 결정하더라도 지원금을 받는 70%와 그렇지 못한 30%로 갈라져 사회적 갈등만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까지 수입이 괜찮다가 올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분들이 오히려 배제될 수 있다”며 “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은 효율적이지도, 충분하지도 않기 때문에 실기하기 전에 신속하게 수정하고 보완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조지원·윤홍우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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