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 고준호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발명진흥회 실무진 20명이 각자 사무실에서 모니터 앞에 앉았다. 시간과 거리 탓에 평소 주간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지역지부장 5명도 이날에는 빠짐없이 참석했다. 진흥회 관계자는 “평소 대면회의라면, 참석자간 시간을 조율하고 회의실도 마련하는 등 준비할 일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회의 집중도가 다른 회의 때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가 말하는 동안 자신의 휴대폰을 살펴보는 일도 줄었기 때문이다. 회의 중간 중간 농담도 오고가는 등 분위기도 이전 회의보다 부드러웠다고 한다.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의견을 내다보니, 평소 1시간 30분가량 걸리던 회의도 1시간만에 마칠만큼 효율적으로 진행됐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공직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화상회의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시작된 화상회의는 공직사회의 경직성을 깨고 더욱 효율적인 업무환경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발명진흥회는 1일 화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앞으로 기관 내외부에서 열리는 심사나 회의 모두 화상회의로 전환된다. 긴급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면, 노트북 대신 모바일기기를 활용한다. 지난달 채용도 화상면접으로 진행했다. 고근호 부회장은 “사무실이 아닌 외부 환경에서도 업무 생산성에 문제가 없도록 업무 방식을 개선하겠다”며 “최적의 환경과 툴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혁신기업과 투자자를 온라인에서 매칭시켰다. 2일 구루미(영상플랫폼 기업) 플랫폼에서 10개 의료·바이오분야 기업과 온라인 투자설명회를 진행했다. 통상 부처 장관처럼 고위공직자가 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민간기업은 진땀을 흘리기 마련이다. ‘실수하지 않을까’란 대면회의 압박감 탓에 회의 참석 제안 자체를 거절하는 기업도 많다고 알려졌다. 이날 설명회는 달랐다고 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날 설명회는 30여명의 벤처캐피탈 직원이 10개 기업에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물리적·시간적 제약을 없앤다는 화상회의 장점이 십분발휘됐다. 이혜연 마라나노텍코리아 대표는 미국 뉴욕에서 모니터를 켰다.
박원주 특허청장도 1일 오전9시 안드레이 이안쿠 미국 특허상표청장과 30분간 화상회의로 코로나19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청장의 ‘핫라인’ 구축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청장은 전 세계 출원인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없도록 절차 간소화, 기한 연장에 나서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 청장은 IP5인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과 한 자리에 모여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IP5는 전세계 특허출원 약 80%를 점유할만큼 전 세계 지식재산권을 주도하고 있다. 특허청은 6월쯤 IP5 화상회의를 열 계획이다. 그동안 IP5 청장은 대규모 행사때나 한자리에 모였다. 박영선 장관은 2일 온라인 투자설명회에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기존 경제 질서에 틈이 생기고 산업 지형이 바뀌면서 창업·벤처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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