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를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통한 ‘텔레그램 n번방’ 성범죄자들의 새로운 망명지로 떠오른 미국 메신저 ‘디스코드’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한 중고생 등 남성 10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된 10명 중 8명이 미성년자로 확인됐으며 직접 채널까지 운영한 이들 중에는 만 12세의 촉법소년도 있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은 디스코드에서 채널 ‘올XX 19금방’을 운영한 20대 대학생 A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도박개장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또 다른 채널 운영자인 고교생 B군과 중학생 C군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재 만 12세인 C군은 지난해 범행 당시에는 초등학생이었다.
A씨는 디스코드에서 자신이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텔레그램에서도 활동했지만 조주빈(25)이 운영한 ‘박사방’에는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음란 영상이나 사진에 연예인의 얼굴을 교묘하게 합성하는 ‘딥페이크’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측은 “A씨는 성착취물을 유포하며 특정 도박사이트 회원가입을 유도해 1,600만원의 홍보수익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B군과 C군도 디스코드에서 채널을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C군은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이후 검찰이 아닌 가정법원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C군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처벌은 2년 이내의 장기소년원 송치 처분이다.
채널 운영자는 아니지만 ‘1대1’ 대화방식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재유포한 7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50대 남성 1명을 제외하면 전부 만 12~17세의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영상 1개당 1만~3만원의 대가를 받고 다운로드 링크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성착취물을 재유포했다. 계좌이체나 문화상품권을 이용해 금전거래를 했다. 이들 7명이 갖고 있던 성착취물은 총 1만5,600여개로 용량은 225기가바이트(GB)에 달했다. 다만 조주빈 일당처럼 직접 제작한 성착취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압수된 성착취물에 대해서는 삭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운영된 5개 채널은 폐쇄조치했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86명에 대해서는 국제 공조를 통해 추적 수사 중이다.
현재 경찰은 성착취물이 유통되고 있는 주요 메신저들에 대해 각각 책임수사관서를 지정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 본청은 위커(Wickr), 서울지방경찰청은 텔레그램, 경기남부경찰청은 와이어(Wire), 경기북부경찰청은 디스코드를 맡고 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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