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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바이러스제 안 듣는 코로나19 환자에 '혈장+스테로이드 치료' 통했다

세브란스병원 최준용·김신영 교수팀

호흡곤란 71세·67세 노인 완치 효과

"완치자 혈장 헌혈·배분 시스템 필요"

항바이러스제·인공호흡기 치료에도 상태가 갈수록 악화하던 위중한 단계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2명이 완치자의 혈장과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돼 결국 완치됐다.

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최준용(감염내과)·김신영(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은 코로나19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동반한 중증 폐렴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던 위중한 환자 2명이 완치자의 혈장과 스테로이드 투여를 받고 회복됐다는 임상결과 사례보고서를 7일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에 발표했다.





혈장 치료는 완치자의 혈액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항체 등이 들어 있는 회복기 혈장을 환자의 혈관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메르스·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중증환자 치료에 종종 시도된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을 제외한 담황색 액체로 혈액 부피의 55%가량을 차지한다. 혈장의 92%는 물이며 나머지는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항체 단백질인 면역글로불린(Ig), 영양소(당분·아미노산·지방질·무기질 등), 스테로이드 호르몬 등을 운반하고 단백질 저장고 역할을 하는 알부민 등이다.

최 교수는 “중증 폐렴을 치료하려면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모두 잡아야 한다. 그런데 스테로이드 치료는 염증 반응을 줄여주지만 바이러스를 증식시킬 수 있고, 혈장 치료는 합병증(급성 폐손상 등) 발생 위험이 있다”며 “그러나 회복기 혈장 속에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가 있어 스테로이드 치료와 병행할 경우 위중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 환자 모두에서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병행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 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 최 교수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어서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지만 항바이러스제 등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중증·위중 환자에게 회복기 혈장 및 스테로이드 병행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항체 속에는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로 침투할 때 앤지오텐신전환효소2(ACE2) 수용체에 달라붙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표면에 붙어 바이러스의 침투·증식을 막는 중화항체가 포함돼 있다. 최 교수는 “혈장을 기증할 완치자들을 효율적으로 모집하고 확보한 혈장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팀이 치료한 2명 중 1명은 기저질환(지병)이 없는 71세 남성 A씨. 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가 지난 2월22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됐다. 의료원에서 항바이러스제(말라리아·에이즈 치료제) 치료를 받았지만 폐렴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입원 3일차에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도착 당시 분당 호흡수가 30회 이상(정상 20회 이하)이었고 흉부 X선 검사에서 양쪽 폐 모두 심각한 폐렴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기도삽관 후 기계호흡(인공호흡기) 치료를 시작하고 항바이러스제와 항생제를 계속 투여했지만 상태는 악화됐다. 민감한 염증지표인 C반응성단백질(CRP)의 경우 정상 수준(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0.8~31㎎/ℓ)의 5.5배가 넘는 172.6㎎/ℓ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환자인 71세 남성에게 입원 10일차에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주입하기 전후(왼쪽 7일차, 오른쪽 13일차)에 찍은 흉부X선 사진. 13일차 사진에서는 양측 폐 침윤이 현저하게 개선됐다.


이에 의료진은 코로나19를 앓고 완치된 20대 남성의 혈장을 입원 10일차인 A씨에게 12시간 간격으로 2회(회당 250㎖) 투여하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했다. A씨는 혈장치료 후 열이 떨어졌다. 또 다음날부터 산소 요구량이 감소하고 CRP 수치가 정상 수준(5.7㎎/ℓ)으로 떨어졌다. 흉부 X선 사진에서 양쪽 폐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고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다. 입원 26일차에 코로나19 음성(바이러스 유전자 미검출) 판정을 받는 등 완치됐다.





두 번째로 혈장 치료를 받은 67세 여성 B씨는 기저질환으로 고혈압이 있고 열·근육통 증상을 느끼다 3월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음날 의료원에 입원한 B씨는 산소요구량 증가와 왼쪽 폐 아래 부분의 침윤이 악화돼 3일차에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콧속 튜브(nasal cannula)를 통해 분당 4ℓ의 산소를 공급해 흡입산소농도(FiO2)를 36%로 대기중 산소농도(20% 안팎)의 1.8배로 높여도 분당 호흡수가 24회로 정상을 웃돌고 산소포화도가 93%(자발호흡 시 95~100%가 정상)에 그쳤다.

의료진이 다음날 심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보인 B씨에게 인공호흡기·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했지만 산소포화도는 크게 떨어졌고 CRP는 정상 수준의 10배가 넘는 314㎎/ℓ까지 치솟았다. 그래서 급성호흡곤란증후군 완화를 위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했더니 흉부 X선 사진의 폐 이미지와 산소요구량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다만 면역력 저하를 뜻하는 림프구감소증과 고열은 여전했고 바이러스 농도는 증가했다.

코로나19 환자인 67세 여성에게 입원 6일차에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주입하기 전후(왼쪽 2일차, 오른쪽 6일차)에 찍은 흉부X선 사진. 6일차 사진에서는 양측 폐 침윤이 현저하게 개선됐다.


그러나 입원 6일차에 20대 남성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투여하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하자 림프구 수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했다. 9일차에는 흉부 X선 사진에서 양쪽 폐 침윤도 상당히 개선됐다. CRP 역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B씨는 입원 24일차에 인공호흡기 치료를 중단했고 3월 말 퇴원했다.

앞서 중국 연구팀은 항바이러스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폐렴 등 합병증의 빠른 진행에 따른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공호흡기나 인공심폐장치인 에크모(ECMO) 치료를 받는 위중한 코로나19 환자 5명(36~65세)에게 입원 후 10~22일에 회복기 혈장 치료를 병행해 일정한 치료 효과를 거뒀다는 임상 결과를 지난달 27일 저명 의학학술지 ‘JAMA’에 발표했다.

3~5명은 혈장 치료 3~12일 뒤 체온 정상화, 산소포화도 증가, 호흡곤란 해소에 따른 인공호흡기·에크모 치료 중단,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바이러스 유전자 미검출) 판정을 받았다. 3명은 입원 51~55일 만에 퇴원했고 2명은 지난달 25일 현재 입원 중이지만 안정 상태를 보였다.

다만 연구팀은 “임상 환자가 5명으로 적고, 항바이러스제·인공호흡기 등 치료 외에 회복기 혈장 치료 병행 여부에 따른 임상결과의 차이를 비교·연구하지 않아 혈장치료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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