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이후 추진하기로 한 공공배달앱 운영을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외식중앙회 등 민간 부문에 맡기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빠르게 변하는 외식업계의 트렌드를 공직사회가 따라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신 여권은 공공배달앱 개발을 위한 실탄과 제도 마련 등 후방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이는 최저임금으로 등을 돌린 자영업자 표심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8일 김진표 민주당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은 경기도 수원 선거캠프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빠른 속도로 바뀌는 외식산업을 광역단체든 기초단체 등 공공 부문에서 커버하기가 쉽지 않다”며 “외식중앙회 등 동업자단체가 공공배달앱을 운영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경제적 지원이나 위치기반기술 등 기술자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등 정부 차원에서 공공배달앱 개발을 지원하되 운영은 민간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민간사업자 선정 방식 등 구체적인 방안은 총선 이후 확정하기로 했다. 김 본부장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기초단체별로 외식업 단체가 있는데 작은 단체별로 앱을 만들 수도 있고 또는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할 수도 있다. 작은 단위에서 시작해 통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할 경우 비효율적인 ‘관제 앱’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를 해결하겠다며 서울시가 내놓은 ‘제로페이’처럼 선한 의도에서 시작한 자치단체의 공공앱도 실적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여권에서는 수원에 출마한 김 본부장, 박광온 의원 등 후보 5명이 공공배달앱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이어 경기 안양, 충남 공주·부여·청양, 충북 청주 등에서도 공공배달앱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이후 당 차원의 정책으로 추진될 것으로 본다”며 “이를 이슈화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과도 협의해 진행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선거판에서 관심이 큰 배달앱 이슈를 민주당이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직후인 지난 1월부터 배달 수수료 문제에 천착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소비자, 소상공인, 배달 라이더 등 구성원들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합병 후 수수료 인상 등의 시장 잠식과 독점이 본격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 내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에 불만을 가졌던 자영업계의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여당이 배달 수수료 문제에 사활을 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찬성 여론도 있었지만 자영업계에서는 부담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컸었다”며 “이에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줄이고 인건비뿐 아니라 다른 고정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 역시 신중한 방향으로 선회한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노사정이 공히 현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이를 생각해 정할 것”이라며 “사전에 (당 차원에서) 최저임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충분히 고려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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