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금융권이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임직원 중심으로 자발적 기부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지만 ‘관제 기부’ ‘눈치 기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농협과 메리츠금융이 임직원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재난지원금 기부를 밝혀 적잖은 논란을 겪은 터라 이후 금융지주들의 기부 참여는 한층 더 신중해졌다.
14일 하나금융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극복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룹 임원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앞서 하나금융 임직원은 지난 4월부터 소비진작 및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총 100억원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과 지역화폐 구입에도 참여한 바 있다.
첫 기부 참여를 밝힌 금융사들이 임직원 동의없이 이뤄져 비판을 받은 터라 이후 기부 참여 금융사들의 움직임은 일단 임원중심의 자발적 기부를 이끈다는 목표를 세운 모습이다. 신한금융은 전날 본부장급 이상 임원 250여명이 지원금 전액을 기부하고 이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한 기부금액에 맞춰 일정 금액을 추가 기부하는 방안을 병행한다. 회사 차원에서 조성된 기부 금액은 지역사랑상품권을 구입해 신한희망재단 등을 통해 취약·소외계층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같은날 우리금융도 본부장급 이상 임원 약 200명이 그룹 임원 회의를 통해 자발적 기부를 결정했다. 임원진은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동 기부하거나 11일∼12일에 이미 신청한 임원은 근로복지공단 가상계좌에 본인의 재난지원금을 입금하는 형태로 동참하기로 했다. BNK금융 전 계열사 경영진 100여명도 전액 기부 의사를 밝혔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금융사는 고심이 많다. 공식적인 기부 참여를 밝힐 경우 ‘눈치 기부’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그렇다고 코로나 피해가 커진 상황에서 고액연봉을 받는 금융권의 기부가 없을 경우 또 다른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 하자니 찜찜하고, 하자니 정부 눈치 보느라 기부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 비춰져 부담이 있다”며 “연봉이 많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라는 분위기는 지원금 취지와는 거리가 멀지 않냐”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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