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5개 주요 매출처 목록에서 화웨이가 사라졌다. 미중 무역분쟁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져 휘청이고 있는 화웨이가 스마트폰에 탑재될 D램과 낸드플래시 구매를 줄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또한 미국 눈치로 ‘계륵’ 같은 존재가 돼 가고 있는 화웨이와의 거래 확대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삼성전자의 올 1·4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요 매출처 5곳에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소프트뱅크, 버라이즌이 이름을 올렸다.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모두 미국, 일본, 독일의 주요 통신업체로 스마트폰이나 5G 통신 장비를 삼성전자에서 구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요 매출처였던 베스트바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매장 폐쇄 영향 등으로 이번 분기 주요 매출처 명단에서 빠졌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 2·4분기부터 주요 매출처 명단에 매분기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던 화웨이가 사라진 것에 주목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 1·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줄어든 4,900만대에 그쳤다. 반면 삼성의 주요 매출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5% 감소한 4,000만대 수준이다.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가 삼성전자와의 거래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화웨이가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주요 매출처 명단에 상당기간 이름을 올리기는 힘들 전망이다.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자체 설계한 AP 생산을 위해서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의 협업이 필수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TSMC와의 거래 비중이 줄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이용해 제작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경우 미국 상무부에서 허락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는 아직 14나노 공정이 주력이라 5나노 공정까지 로드맵을 완성한 TSMC와 기술격차가 커 화웨이의 하이엔드 AP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또한 미국 눈치 때문에 하이실리콘 물량을 수주하기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쉬즈쥔 화웨이 순환 의장은 지난달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미디어텍, 유니SOC 등으로부터 반도체(AP)를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타사 AP를 구입할 경우 화웨이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미국 제재로 구글 앱마켓 등을 이용할 없어 중국을 제외한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판매량 또한 꾸준히 감소할 전망이다. 일본 닛케이 신문 분석에 따르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부품 국산화 비율을 1년사이 25%에서 42%까지 끌어올렸다. 화웨이가 향후 국산화 비율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에 공급받던 낸드플래시 등 일부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만큼 양사간 거래액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화웨이 거래 비중 축소와 관련해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상황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의 주요 고객이지만 IM 사업부의 주요 경쟁자로 ‘양날의 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하더라도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여타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올 1·4분기 중국 시장 매출액은 9조8,371억원을,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 늘어난 24%를 각각 기록했다. 화웨이 매출 비중이 줄어든 반면 여타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반도체 구입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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