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나 가혹행위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이 폭언과 폭행 등 입주민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일로 임시직·계약직·노인장을 줄인 ‘임계장’이라는 신조어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피해자 가족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리며 장례를 늦췄지만 사과는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n번방’ 사건의 혐의자들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 착취 동영상을 찍게 하고 그 영상을 공유해 상업적으로 이용했다. 이들은 먼저 피해자와 감정적 공유를 한 뒤 시간이 지나면 거절하지 못하는 부탁을 하고 나중에 이를 무기로 더 끔찍한 요구를 실행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나날이 끔찍한 두려움과 공포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자가 어떠한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또는 받을 길이 없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고통스러운 상황을 벗어날 길을 찾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누구라도 이러한 상황에 놓이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서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혼자서 끙끙 속앓이하게 된다. 그러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면 불행히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는 한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아직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기보다 특정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자주 반복되고 있다면 순전히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사회가 합리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맹자는 사회에서 하소연할 데가 없어 공동체가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할 사람을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 불렀다. “나이 들어 아내가 없는 이를 홀아비(鰥)라고 하고 나이 들어 지아비가 없는 이를 과부(寡)라고 하며 나이 들어 부양해줄 자식이 없는 이를 무의탁자(獨)라 하고 어린데 보살펴줄 부모가 없는 이를 고아(孤)라고 한다. 이 네 부류의 사람은 천하에서 막다른 곳에 다다른 백성들로서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는 사람이다. 주나라 문왕이 정치를 하고 사랑의 마음을 베풀 때 반드시 이 네 부류의 사람을 가장 먼저 배려했다(노이무처왈환·老而無妻曰鰥, 노이무부왈과·老而無夫曰寡, 노이무자왈독·老而無子曰獨, 유이무부왈고·幼而無父曰孤, 차사자·此四者, 천하지궁민이무고자·天下之窮民而無告者, 문왕발정시인·文王發政施仁, 필선사사자·必先斯四者).”
맹자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국가보다 가족이 구성원의 복지를 담당했다. 가족이 있다면 생계와 복지가 어느 정도 해결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맹자는 가족이 없는 환과고독을 국가가 우선으로 배려해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에도 글자 그대로의 환과고독은 맹자의 시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이에 대한 우선적 배려가 필요하다. 문제는 글자 그대로의 환과고독만이 아니라 막다른 곳에 다다라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새로운 환과고독의 사람들이 생겨나는 데 있다. 산업현장에서 위험한 일일수록 그에 대한 철저한 예방과 보호가 필요하지만 대책이 없어 억울한 죽음이 늘어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 착취 사건도 잊을 만하면 생겨난다. 또 아파트 등 사회적 감시가 적은 곳에서 내 멋대로 해도 상관없다며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갑질을 일삼는 골목대장들이 곳곳에서 큰소리를 치고 있다.
억울한 일을 겪는 사람이 많다면 사회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합리적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삶은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고 성실히 살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는 소박한 희망을 꺾게 된다. 이러한 희망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부당한 힘을 행사하는 사람들에 의해 꺾여서는 결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도 글자 그대로의 환과고독과 새롭게 생겨나는 신(新) 환과고독이 정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먼저 배려받을 길이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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