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금융위원회 정책국장과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재직하며 금융업계 종사자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뇌물수수와 수뢰후 부정처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벌금 9,000만원과 추징금 4,221만여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금융위 공무원인 피고인이 금융위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를 운영했던 공여자들로부터 반복적으로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과 공여자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관계가 있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고, 피고인이 친분관계에서 선의로 재산상 이익 등을 제공한다고 생각했을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유 전 부시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금융위 정책국장과 부산 경제부시장으로 재직하며 금융업계 종사자 최모씨, 윤모씨, 정모씨, 김모씨 등 4명에게 4,700만원 상당의 금품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금융위는 금융투자업과 신용정보업에 대해 인·허가, 관리·감독 등 각종 규제와 제재를 할 수 있는 법률상의 권리가 있다.
재판부는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혐의에 대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상당 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금융위에서의 경력이나 지위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할 당시 공여자들이 운영하는 회사와 직접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직무관련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며 “금융위와 공여자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업무적 밀접성, 공여자들이 피고인에게 제공한 재산상 이익의 액수 등에 비춰 보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인정한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혐의는 최씨가 제공한 책값 명목 현금·오피스텔 사용대금 일부·항공권 대금 대납·골프채, 윤씨의 2억5,000만원 무이자 차용 및 1,000만원 채무면제·책 구매대금 대납, 정씨의 항공권 구매대금 대납, 김씨가 제공한 골프텔 무상 이용 등이다.
다만, 재판부는 유 전 부시장이 최씨에게 친동생 취업을 청탁하고 금융위 이름으로 표창장 수여한 수뢰후부정처사 혐의에 대해선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윤씨의 명절선물 대납(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은 “고의 인정 증거가 부족하다”며, 정씨에게 유 전 시장의 아들 인턴십 기회를 제공 받은 것은 “피고인 자신의 이익으로 볼 수 없다”며 각각 무죄로 판단했다.
유 전 부시장 변호인 측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유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을 좀 더 규명해 항소할 계획”이라며 “(뇌물수수에) 대가성이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라고 밝혔다.
한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은 유 전 부시장의 이 같은 비위 의혹 감찰을 무마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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