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네이버는 5년 간의 개발기간을 거친 끝에 자체 웹 브라우저 ‘웨일(Whale)’을 세상에 공개했다. 윈도우 운영체제(OS)에 선탑재돼 독점 논란을 부른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구글의 크롬의 독주에 밀려 때론 네이버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웨일의 최종 목표는 당장의 점유율보다는 ‘웹 플랫폼’ 구축에 가까웠다. 서울경제는 최근 경기 성남시 네이버랩스 사옥에서 김효 웨일 책임리더를 만나 웨일의 중장기 목표에 대해 들었다.
김효 리더는 네이버가 웹 브라우저에 뛰어든 건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 리더는 “‘액티브엑스(ActiveX)’ 논쟁은 결국 브라우저라는 기술은 쏙 빠진 채 금융이라는 서비스와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만 머리를 맞대 해결한 결과”라며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에게 종속된 웹 환경에서 서치엔진으로 대표되는 네이버가 지금처럼 서비스를 제공할 할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액티브엑스는 모든 서비스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면서 사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역으로 브라우저 종속을 강화한 ‘웹 파편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크롬 날고 기는데…한국 브라우저가 필요한 이유 |
김효 리더는 “어떤 기업이 웨일을 브라우저로 도입하면서 전용 기능을 요구한다면 상의를 통해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하다”며 “90개 수준의 정책을 온라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오는 6월 전국 1만여개 PC방에 기본 브라우저로 도입되는 웨일은 ‘루킹 방지(타인 모니터를 못 보게 하는 기능)’, ‘공용모드’ 옵션 의무화 등 공용PC에서 보안기능을 최대로 끌어올린 버전이다.
김 리더는 ‘앱(어플리케이션)’이 정점을 찍고 피로감을 부르는 단계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김효 리더는 “마케팅 때문에 앱을 설치해도 사용하지 않고 지워버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웹 서비스는 검색에 노출되고, 링크를 타고 바로 방문해 이용할 수 있어 결국 파편화 없는 어플리케이션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건 웹 기술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운영체제 업데이트에 맞춰 매번 수정이 필요한 필요한 앱과 달리 웹은 업데이트 없이 언제든 최신 상태를 유지한다.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같은 각종 기술도 ‘웹앱’ 형태로 별도 설치 없이 구현이 가능하다.
영원한 표준기술, 웹으로 가기 위한 PC 브라우저 |
현재 웨일 브라우저는 네이버 서비스 이용에 최적화돼있다. 브라우저상에서 네이버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모바일에서 시청하던 동영상을 그대로 이어보는 등 끊김 없는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외국어 검색결과는 ‘파파고’ 번역을 통해 제공하고, 축적된 국내 보안 데이터로 피싱사이트도 브라우저상에서 곧바로 걸러준다. 화면을 분할할 수 있어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옴니태스킹’에 유리하다.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며 떠오른 사설인증과 관련해서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번거롭게 인증받도록 한 모바일 솔루션을 넘어 보안적으로 완전한 방법을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존 공인인증서와 달리 브라우저 영역에 인증서를 넣어 별도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웨일은 이를 위해 지난 7일 금융결제원과 MOU를 맺기도 했다.
웨일은 오늘도 파편화 없는 '웹 플랫폼'을 꿈꾼다 |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웨일은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 기준으로 지난 4월 브라우저 점유율 6.3%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엣지(2.81%)를 훌쩍 넘긴 수치다. 김효 리더는 “활성 이용자 수 기준으로 작년 이맘때보다 유저가 4배 이상 늘었다”며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모바일, PC 외에도 TV, 전광판, 키오스크, 자동차 등 웹이 들어가는 디바이스는 무궁무진합니다. 웨일은 디바이스의 한계 없이 확장할 예정입니다. 웹 플랫폼으로서 웨일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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