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저림은 대부분 말초신경의 이상 때문에 발생한다. 말초혈액순환장애 뿐만 아니라 통증, 색깔 변화, 무감각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손끝과 발끝을 만져보면 차고 말초동맥의 맥박이 약하게 느껴진다. 정신적 요인에 의한 손발저림은 저린 부위와 증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으며 불면·스트레스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전기가 오듯 위팔부터 손끝까지 찌릿하고 어깨 통증, 두통, 경부(목) 강직 등이 있다면 경추(목뼈) 디스크나 협착증 같은 척추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손발에만 증상이 있는 환자라면 신경학적 검사를 한 뒤 경추나 요추(허리뼈) X선 검사를 한다. 말초신경은 척수에서 손끝·발끝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그래서 경추·요추 질환이 있는 경우 손발에서 먼저 자극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말초신경병증은 단일성과 다발성으로 나눌 수 있으며 원인질환이 각각 다르다. 손만 저린 경우 손목에서 발생하는 국소적 말초신경병증인 손목굴(손목터널)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손가락이나 손목을 많이 써서 인대·근육이 손목굴 안에 있는 정중신경을 압박해 발생한다. 택배기사처럼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손을 많이 쓰는 이·미용사와 요리사·연주자·주부·사무직 등에게 발생빈도가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 통계자료에 따르면 손목굴증후군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7년 18만920명으로 정점을 친 뒤 지난해 17만7,066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의 경우 여성이 75%로 남성의 3배나 되며 여성 중 78%가 40~60대 중장년층이다.
손목굴증후군은 증상 초기에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조기에 진단되면 약물·물리치료로 수술까지 가는 걸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발끝부터 시작해 몸통까지 통증이 서서히 진행된다면 당뇨병 등 다른 질환의 합병증일 수 있다. 주로 발바닥이나 발끝의 감각이 대칭적으로 무뎌지고 양말을 신은 것같은 답답한 느낌이 든다. 원인은 당뇨병 합병증이 가장 흔하고 신장(콩팥) 기능저하, 갑상샘 기능이상, 과음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간질환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항암치료 후 손발저림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손발저림이 1~2주 내로 악화되고 팔다리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다면 즉시 내원해야 한다. 단순한 피로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통증이 더 심각해지고 보행에도 문제가 생겨 길랑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말초신경병증을 혈액순환장애로 생각해 뇌졸중으로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말초신경병증은 양쪽에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뇌졸중은 한쪽 손발이 저리고 몸통 감각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말초신경병증과 달리 손만 저린 경우는 드물고 발음·손발이 아둔해지며 입술 주위가 저리고 감각이상 증상이 동반된다. 서서히 진행되는 말초신경병증과 달리 갑작스럽게 혈액순환장애가 생긴다면 뇌졸중을 의심하고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손발저림은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감별진단을 위해 혈액·X선·말초동맥경화·MRI 검사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특정 부위의 압박이 있거나 말초혈관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 약물치료를 먼저 한다.
예후는 원인질환에 따라 차이가 있다. 당뇨병으로 대표되는 내분비 질환이나 신장·간 등의 대사성 질환이 원인인 경우 해당 질환을 먼저 치료하면서 관리해야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원인질환의 조기 발견·치료와 함께 예방적 조치도 중요하다. 손을 많이 쓴다면 작업 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평소 오랫동안 목을 숙이거나 뒤로 젖혀 작업한다면 목과 어깨 스트레칭을 자주 해야 한다. /홍지만 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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